


발달장애인 있는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서 3명 참변
경기 화성 공장 컨테이너에 토사 덮쳐 외국인 노동자 사망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위기, 가난하고 약한 이들 존립부터 위협”
경실련 “노후한 반지하 주거공간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 실시”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지난 8일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근대적인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병원에 있는 기상청 서울청사에 설치된 기상관측장비의 8일 강수량은 381.5mm라고 밝혔다.
8일 내린 비로 서울 관악구에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발달장애인이 있는 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하는 등 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경기도 화성시 한 공장 기숙사용 컨테이너에 토사가 덥쳐 중국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이날 폭우가 집중된 강남구 등 서울 전역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은 6천대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곳곳에서 침수가 일어나 시민들의 피해도 막중할 뿐 아니라 각지에서 산사태,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이번 폭우 피해는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재난인프라 구축과 도시 녹지의 충분한 면적과 회복력의 확보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 반지하 거주 시설에서 살아가던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반지하 주택은 비단 기후위기로 인한 대형 재난이 아니라도 물빠짐, 환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존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주거 시설로 기능하기 어려웠다. 현재는 저지대 반지하 신축이 금지되어 있지만, 서울시내에도 20만 가구 이상의 시민들이 이러한 반지하 주택에서 살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 무참한 폭우는 기후위기의 얼굴 그 자체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기상이변은 올해 산불, 가뭄, 폭염에 이어 폭우라는 이름으로 왔고 많은 희생과 피해를 낳았다”며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존립부터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상행동은 “이러한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유례없는 사태를 겪으며, 국가적 재난 상황이 노인, 여성, 장애인, 경제적 취약 계층의 삶을 훨씬 급격하게 붕괴시킨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위선, 친환경 경영을 하겠다는 기만. 그 말들이 모두 사흘에 걸친 폭우에 다 씻겨가버리는 녹색분칠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적극적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재수립하고, 주거, 노동, 농업, 장애 등 기후 재난에 취약한 계층과 부문의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대규모 정책 수립과 예산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기후 재난이 일상화되는 데도, 우리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계획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 강국만을 외치며,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미루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후쿠시마사고처럼 예측을 뛰어넘는 자연재해에 더 취약하고, 사고위험이 큰 핵발전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이번 재난으로 잃어버린 생명의 무게에 대해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무관심이 만든 참사’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노후한 반지하 주거공간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 실시하고, 장기적으로 반지하를 비주거용도로 전환하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한다”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제도화하여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