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천공항서 억류 중인 앙골라 난민, 복통·혈뇨로 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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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서 억류 중인 앙골라 난민, 복통·혈뇨로 고생

녹색병원 의료진, 장기구금난민 바체테 씨 건강검진
기사입력 2019.03.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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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바체테 씨는 1월 말경 심한 복통과 혈뇨 증상을 호소해, 녹색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현대건강신문] 고국 앙골라에서 차별과 탄압을 받고 쫓겨나듯 한국행을 택한 루렌도·바체테 씨 가족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 탑승구역 안에서 생활하게 된지도 벌써 2개월. 


앙골라 내전 당시 이웃나라 콩고가 반군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콩고에서 생활한 이력이 있는 루렌도 씨는 박해를 받았고 그가 몰던 택시가 경찰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자 끌려가 구금과 폭행을 당했다. 


이어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부인 바체테 씨가 성폭행을 당했고 생활터전은 물론 생계수단까지 빼앗기게 된 루렌도 가족은 안전한 삶을 찾아 지난해 12월 27일 고국을 떠난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그들은 입국불허 통보를 받고 여권도 빼앗겼다. 


행정당국으로부터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아 정식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도 박탈당했다. 


현재 루렌도 가족은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6개월가량으로 예상하는 소송 진행기간 동안 어린 네 아이들(9세·7세 쌍둥이·5세)을 데리고 열악한 환경의 송환대기실에 갇혀 지내기는 힘든 상황이라 공항 터미널에 머무르며 매일매일 거친 생활을 버티고 있다. 


가족 모두에게 안 좋은 건강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부인 바체테 씨는 1월 말경 심한 복통과 혈뇨 증상을 호소했다. 


간신히 의사를 만날 수 있었지만, 큰 병원에서 보다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주변의 도움을 통해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와 연결이 되었고 2월 14일 변호사, 통역과 함께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녹색병원에서 자세한 검사를 진행했다. 바체테 씨는 검사 결과 상담을 위해 2월 26일 다시 녹색병원을 찾았다.


억류상태에서 야기되는 건강문제와 스트레스, 모두에게 검진 필요 


혹시나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몸이 성치 못한 남편이 혼자 남아 아이 넷을 돌봐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컸던 바체테 씨는 일단 한숨을 놓았다. 


녹색병원 산부인과 윤정원 과장은 “현재 검사 상에서는 다행히 위중한 질환은 없으나 과거 요로결석이나 감염, 골반염 등이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주과정에서 겪은 성폭력으로 인한 지연성 감염에 대한 검사들, 기왕의 부인과질환에 대한 추적관찰 등 때문에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상태를 설명했다. 


추가로 필요한 검사는 다른 진료 과를 통해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바체테씨는 “병원 측에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검사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검진을 해줘서 감사하고, 또 감동받았다”고 인사를 건네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이어 “가족 모두가 건강이 안 좋습니다. 제가 증상이 가장 심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공항 밖을 나올 수 있었어요. 남편은 음식을 먹으면 자꾸 구토를 하고, 아이들도 계속 기침을 하거나 피부에 뭔가가 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공항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제한된 음식을 항상 똑같이 먹을 수밖에 없고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하기도 어렵다. 


24시간 불이 켜진 공항 터미널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윤정원 과장은 이에 대해 “억류된 상태에서 야기되는 영양결핍, 운동·수면 부족, 장기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가족 모두의 건강검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동 인권 수호를 위한 건강 지원 시급 


현재 루렌도·바체테 가족의 소송을 돕고 있는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는 특히 아이들 상태에 대해 우려했다. 


이상현 변호사는 “루렌도 씨 가족 아이들에게는 의료시설을 사용할 권리나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을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심지어, 의료진이 아이들을 진료하기 위해 직접 왕진을 가려고 해도 공항 탑승구역에 출입하는 것조차 거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이는 인도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큰 문제일 뿐 아니라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1991년에 발효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이에 따르면 아동에게는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고, 국가는 ‘모든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의 제공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함을 제24조에 명시하고 있다.


안정된 삶을 꾸리기 위해 지금 계획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조심스레 묻자 바체테 씨가 대답한다. 


“현재로서는 모든 게 다 잘 풀리도록 바라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계속 공항 안에 있으니 건강이나 생활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저희를 걱정하고 도와주시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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