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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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종혁 교수는 “여성 장애인은 비장애인이나 남성 장애인에 비해 특이한 사망 원인이 있다”며 “남성 장애인 1위 사망 원인이 암인데 반해, 여성 장애인은 뇌혈관질환으로 평소 고혈압, 비만 유병율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충북의대 박종혁 교수 “중증 여성 장애인일수록 건강 검진율 낮아져”


“여성 장애인 ‘가임기 여성’ 중 1%만 출산 끔찍한 차별”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여성 장애인이 비만·고혈압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최고 사망 원인이 뇌혈관질환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만·고혈압인 경우가 많은 여성 장애인들이 중증일수록 건강검진에 소외돼 보건당국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북대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종혁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 컨벤션타워에서 건강한여성재단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여성 장애인은 비장애인이나 남성 장애인에 비해 특이한 사망 원인이 있다”며 “남성 장애인 1위 사망 원인이 암인데 반해, 여성 장애인은 뇌혈관질환으로 평소 고혈압, 비만 유병율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의 연구 결과 여성 장애인이 남성 장애인에 비해 BMI(체질량지수) 25를 기준으로 보면 4% 정도 높게 나타난다. 


당뇨는 남여 장애인 모두 비슷한 유병률을 보이지만 고혈압 유병률은 여성 장애인이 7% 높은 47%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비만·고혈압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 장애인의 사망 원인 1위가 뇌혈관질환으로 이들은 건강관리가 잘 안 돼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국립재활원의 장애인 건강통계에 따르면 남성 장애인의 주요 사망원인은 △1위 암 △2위 뇌혈관질환 △3위 심장질환 △4위 당뇨인데 반해, 여성 장애인은 △1위 뇌혈관질환 △2위 암 △3위 심장질환 △4위 당뇨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박 교수는 가임기인 여성 장애인의 출산율에 주목했다. 


매년 2천 여 명의 여성 장애인이 출산을 하지만 이는 가임기 여성 장애인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이는 엄청나고 끔찍한 인권 차별로 열악한 모성권 보호 환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여성 장애인의 출산 양육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복지와 보건이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고 칸막이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2010년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의 성별영향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노숙인의 80~90%가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만약 여성이나 장애인이 길거리 생활을 하다가 성폭행이나 성매매로 자식을 낳으면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며 “노숙인 2세로 태어난 아이가 보호시설로 보내지면 그나마 다행인 현실에서 ‘길 위의 삶’을 잇게 되면 결국은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를 더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성 장애인 스스로도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함께 걸음 장애여성 기록’의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고 답한 여성 장애인은 63%에 달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유명희 상임대표는 “비장애인이나 남성 장애인에 비해 심각한 여성 장애인의 빈곤이 건강관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 결과 재직 여부와 상관없이 남성 장애인의 월 소득은 126만원이지만 여성 장애인은 52만원에 불과했다.


다양한 이유로 건강관리에 취약한 여성 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도 비장애인에 비해 낮았다.


박 교수가 장애유형별 암검진 수검률을 조사한 결과, 뇌병변, 자폐성, 장루요루를 가지고 있는 여성 장애인의 암검진 수검률은 낮게 나타났다.


자페성 정신장애인의 암 검진 수검률은 남성이 21%, 여성이 10%로 나타나 남성에 비해 여성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박 교수는 “여성 장애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암 검진 수검률이 더욱 떨어진다”며 “자궁암 검진 경우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는 매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증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비슷하지만 증증 장애 여성은 수검률이 낮아져 점점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립암센터에서 이 부분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폭력 위험이 노출돼 있는 자폐 장애인들이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데 이는 인권 측면에서 큰 문제”라며 “여성 장애인이 병의원이나 검진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 선진국의 경우 장애인들의 건강검진 시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뉴욕주는 ‘장애인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영국은 인지기능이 낮은 장애인을 위한 홍보 교육 자료를 만들고 △일본은 여성 장애인을 위한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장애인의 의료기관 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대에서 ‘장애인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애인의 의료기관이나 검진시설 이용을 높이기 위해 의료인의 태도가 중요하다”며 “많은 장애인들이 이들 기관을 이용하며 안 좋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김현정 사무관은 “현재 여성 장애인 정책이 부처 내에서도 산재돼 있는데 이를 통합해 단일 전산망으로 해야 이용자에게 도움이 된다”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여성 건강관리 현황 및 개선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건강한여성재단 김승철 이사장(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재단의 구체적인 사업 목표 중 하나인 소외된 여성의 건강, 특히 장애여성의 건강에 관한 특별한 강좌를 준비했다”며 “장애 여성의 건강증진에 대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이 참석해 여성 장애인의 건강권 개선을 위한 입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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