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보건경제학자, 글로벌포럼서 한국 디지털 선도 강조
- “현재 보건의료 시스템, 사실상 혁신 불가능한 구조”
- “디지털 헬스 네트워크 구축, 더 이상 선택 아니라 필수”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파편화된 시스템이 아닌, 병원 간 네트워크가 필수적입니다.”
지난 10일, ‘빅데이터로 여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미래’를 주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글로벌 포럼 ‘빅데이터 기반 근거 중심 정책 결정’ 세션에서, 에릭 서더랜드(Eric Sutherland) OECD 선임 보건경제학자는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의료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공익에 해가 될 수 있다”며 데이터 보안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동시에 △접근성과 △활용 가능성의 균형 잡힌 접근을 촉구했다.
서더랜드 박사는 “한국은 보건의료 디지털화와 보안 측면에서 매우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범국가”라며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네트워크화 노력이 향후 다른 국가에도 전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 데이터 활용의 장애물로 복잡한 승인 절차와 불명확한 책임 구조를 지적했다. “한 명의 혁신가가 단일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9개 기관의 승인과 100단계 이상의 절차를 거치고, 18~24개월이 소요되는 일이 흔하다”며 “현재의 시스템은 사실상 혁신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다른 산업의 사례를 통해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항공 산업의 안전성 강화 사례 △금융권의 정보 보호 시스템 △소비재 산업의 대중 신뢰 구축 등을 언급하며, “보건의료 분야도 민관 협력을 통해 이러한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공유가 없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며, 단순한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포괄적인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AI(인공지능)와 같은 기술을 책임감 있게 적용하면, 매일같이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더랜드 박사는 시민 참여와 투명한 거버넌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시민협의회를 예로 들며 “국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정부가 이를 반영하면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며 “데이터 활용의 공익성을 국민이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연령, 직업, 인종을 대표하는 시민 20명을 조직해 시민협의회를 구성했다. 이후 이들에게 보건의료 관련 다양한 정책을 설명하고, 이들이 제안한 100여 개의 보건의료 정책 중 절반가량을 채택했다.
그는 “시민협의회의 제안을 정책에 반영해 대중에게 정부가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이러한 접근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의료 데이터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보다,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될 때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며 “1원을 투자해 3원의 사회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헬스 네트워크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