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기콩팥병(말기신부전) 환자 위한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토론회
- 환자 유병욱 “건강한데 말기신부전 판정으로 충격”
- “80대 노모 모셔 직장생활 이어가야”
- “주중 복막투석, 휴일 혈액투석으로 치료”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말기콩팥병 환자가 복막투석 치료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말기콩팥병 환자 대부분은 하루에 5~6시간이 소요되는 혈액투석을 한 주에 며칠 씩 받아야 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힘들다.
복막투석은 말기콩팥병 환자가 받는 신대체요법 중 하나로, 복강 내로 관을 삽입한 후 관을 통해 투석액을 주입하여 일정 시간 저류 시킨 후 다시 배액하게 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체내에 축적되어 있는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복막투석으로 환자는 집에서 스스로 투석을 시행하고 월 1회 정도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에 혈액투석에 비해 직장과 학업 등을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말기콩팥병 환자 위한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환자 입장을 소개한 유병욱 씨는 복막투석으로 직장생활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평소 탁구 등 운동을 즐겨하고 술·담배를 하지 않았던 유 씨는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몇몇 증상으로 신장내과를 찾아보라는 의사 권유를 받은 뒤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말기콩팥병(말기신부전)’으로 진단을 받았다.
유 씨 주치의 이정표 서울시 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즉시 입원할 것을 권했다. 유 씨는 “담배라도 피우면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될 텐데, 정신적 충격이 엄청나, 그 부분이 어려웠다”며 “병원 입원 후 말기신부전 증상이 나타나 아픈 게 맞다는 걸 자각했다”고 진단 후 받은 충격을 털어 놓았다.
곧 정신을 추스린 유 씨는 80대 노모를 계속 모시기 위해 직장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주치의에게 “치료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에 다닐 수 있게 해주셔야 한다”고 말하자 의사는 복막투석을 제안했다.
유 씨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복막투석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부터 4년 동안 복막투석을 해 온 유 씨는 병원의 권유로 혈액투석도 병행하고 있다.
유 씨는 “(복막투석은) 자동이라 주 5회 집에서 밤새도록 하고 주 1회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한다”며 “돌아보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저에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을 병행하며 두 가지 치료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는 밝힌 유 씨는 “토요일에는 혈액투석을 해야 해 모임을 못 간다”며 “복막투석은 평생 배에 호수를 달고 살아야 하고, 목욕을 못하는데, (신장) 이식을 받아서 온천 가는 게 저의 소박한 꿈”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의사들이 말기콩팥병 환자에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복막투석’ 치료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복막투석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하면 (말기콩팥병 진단 후) 좌절하고 정신적 충격에 빠진 환자들이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복막투석이 혈액투석보다 경제적 부담도 적다”고 덧붙였다.
유 씨를 치료한 이정표 교수는 “생활 패턴을 파악해 진료 방향을 결정해 하이브리드(복막-혈액 병행) 치료를 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만 병원에서 수익 구조를 생각하면 (복막투석 치료가) 쉽지 않아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대한신장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말기콩팥병 환자가 증가해, △의료 비용 절감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막투석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재원 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원주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말기콩팥병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국가로, 초고령사회를 맞아 증가의 심각성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복막투석에 대한 인지도와 지원 부족 등의 원인으로 지속적으로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성훈 과장은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복막투석 관련 행위수가를 만들기는 어렵다”며 “시범사업에서 교육상담수가가 있는데 묶음으로 가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