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청소년 연령대 중심 전국적 유행 지속, 백신 접종률 높은 외국서도 유행
- 백일해와 증상 비슷하나 보다 경미한 근연종 동시 유행
- 질병청 “과도한 불안 불필요, 고위험군과 11~12세 접종 적극 권고”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올해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 유행의 기세가 무섭다. 미국과 중국, 필리핀 등에서 대규모 환자 발생으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고, 국내에서도 학교 등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청장 지영미)은 올해 백일해 환자가 6,986명(’24.7.6.기준, 의사환자 포함)으로 전국적으로 유행이 확산 중이고, 백일해균(B.pertussis)과 근연종(B.holmesii)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백일해(百日咳)는 백일해 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세균성 호흡기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된다. 근연종은 유전적으로 유사한 한 가지 속(屬)에 속한 서로 다른 종(種)을 일컫는다, 백일해의 경우 백일해균(種)이 속한 보르데텔라속균 중 백일해균 이외 종이 백일해균의 근연종, 대표적인 근연종으로 파라백일해균(B.parapertussis), 홈자이균(B.holmesii) 등이 있다.
백일해의 기침은 일반 감기의 기침과 달리 발작성 기침(Whooping cough)이 나타난다.
발작성 기침은 날숨 동안에 짧고 연속적인 기침이 계속되다 날숨이 끝나면 갑자기 길게 숨을 들이쉬면서 ‘흡(whoop)’ 하는 소리를 내는 특징을 보인다.
발작성 기침 중에는 얼굴이 빨개지고 눈이 충혈되며, 기침 끝에 구토가 동반되고, 끈끈한 점액성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보통 7~10일의 잠복기를 거치는데 증상이 거의 없는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가장 높아 예방이 어렵다.
백일해의 원인 병원체는 세균으로 바이러스보다 훨씬 무거워 환자가 기침을 해도 비말전파만 가능하고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를 넘는 경우가 많고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10을 훨씬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환자 1명이 10명 이상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공기매개 바이러스 감염병인 홍역과 비슷할 정도로 전파력이 매우 높다.
백일해는 올해 4월 중순부터 발생이 크게 증가, 6월부터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13-19세가 59.1%(4,126명), 7-12세가 32.9%(2,296명)으로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91.9%(6,422명)를 차지하고, 지역별로는 경기(1,594명, 22.8%), 경남(1,455명, 20.8%) 인천(946명, 13.5%), 서울(678명, 9.7%)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금년도 백일해 신고환자 역학조사 결과(2,173명)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대부분이 기침(99.4%)이 있었고 발작성 기침(21.5%)과 웁소리(whooping, 16.7%)는 일부에서 확인되었다. 환자 평균 연령은 16.1세, 증상발생일부터 진단까지는 평균 3.8일이 소요되었고, 21.6%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을 확인하였다.
올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 확산세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은 7.6일 기준으로 7,847명의 환자가 보고되어 전년도 동 기간(2,425명) 대비 약 3.2배 증가하였으며, 영국은 잉글랜드 지역에서 5월 말까지 7,599명의 환자가 보고 되어 전년도 동 기간(2,591명) 대비 약 2.9배 증가하였으며, 이 중 1세 미만은 522명(전체의 6.8%) 발생, 8명이 사망했다.
유럽연합 지역에서는 올해 첫 3개월 동안 총 32,037건의 사례가 보고되어 2023년 1년간 누적 발생(25,130건)을 초과하고, 유럽연합 소속 30개국 중 17개국에서 11명의 영아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질병청은 백일해 유행 확산 상황에서 민간검사기관이 최근 백일해균 양성으로 신고한 검체를 수집하여, 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병원체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총 234건), 백일해균이 68%(159건), 홈자이균이 24.7%(60건), 기타 보르데텔라속균(B.spp.)이 6.4%(15건) 검출, 백일해균 및 근연종이 동시 유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질병청이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발생과 백일해균과 근연종의 유행까지 포함한 국내외 유행 상황 및 대응 방안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논의한 결과 조기 치료와 전파 예방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백일해뿐 아니라 근연종도 증상이 유사하고 신속한 치료가 필요해 근연종까지 양성으로 포함하는 현행 진단·신고 체계는 유지해야 한다"며, "백일해균과 근연종을 분류할 수 있는 공공 분석 체계를 활용해 정확한 진단·치료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중증 합병증 등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1세 미만 영아가 빠짐없이 2·4·6개월에 적기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3기 임신부, 1세 미만 이외 면역저하자, 중등증 이상 만성폐쇄성 폐질환자 등 고위험군, 영아 돌봄종사자, 65세 이상 성인에게도 Tdap 접종을 적극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의료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유행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민간의료기관 백일해 양성검체에 대한 보건환경연구원 분석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국내 면역도 분석 등도 추진하면서 유행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되는 추세임을 고려하여, 학부모와 선생님은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기침 예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도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