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삼킨 인재(人災)로 만들어진 괴물산불, 산림청 책임져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지리산사람들, 불교환경연대, 경남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61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산불피해 회복과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시민모임’(시민모임)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괴물산불’을 불러온 산림청을 규탄하고 사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월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로 31명이 목숨을 잃고, 4천여 채의 주택이 전소되며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1,300년 동안 보전되어 온 고운사도 잿더미가 되었다. 숲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비인간 생명도 큰 피해를 입었으나, 그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대참사에 준하는 재난임에도 산불 대응의 컨트롤타워인 산림청은 명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모습이나 사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영향면적을 2000년 동해안 산불의 두 배인 4만5천 헥타르라고 발표했지만,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실제 피해가 10만5천 헥타르에 이른다며 산림청의 산불 피해면적 축소 의혹을 지적해왔다. 17일 오늘 속보로 발표된 정부 기관 합동 조사에 따르면, 산불피해 면적이 9만여 헥타르라고 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 최악의 산불이다. 시민모임은 산림청의 통계 조작과 사실 은폐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태도를 규탄한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 영향 면적이 2000년 동해안 산불의 두 배에 해당하는 4만5천 헥타르라고 발표했으나,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실제 피해가 10만5천 헥타르에 이른다며 피해 면적 축소 의혹을 제기해왔다. 17일 속보로 발표된 정부기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불 피해 면적은 약 9만 헥타르에 달한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다. 시민모임은 산림청이 통계를 조작하고 사실을 은폐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등 기상 조건이 산불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산불의 수관화와 비화를 유발해 대형 산불로 번지게 만든 소나무 단순림에 있다”며 “불에 잘 타는 소나무만 남기고, 불에 강한 활엽수는 제거해온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이 괴물산불이라는 대참사를 불러왔다. 기후위기 시대 반복되는 대형산불이 더 큰 기후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산림관리 정책의 생태적 전환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정환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집행위원은 “경남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 현장을 겪으면서 본 산림청의 숲가꾸기는 산불가꾸기라 불리울 정도로 큰 재앙이었다”며 “산림청장은 잘했다고 뻔뻔하게 큰소리치는 게 아니라 산불 대응을 잘하지 못해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고 먼저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산불은 소나무의 잘못이 아니고, 인간이 소나무를 산불에 취약한 숲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집행위원은 “경남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 현장에서 확인한 산림청의 숲가꾸기는 '산불'가꾸기라 불러야 할 정도로 재앙이었다”며 “산림청장은 잘했다며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산불 대응 실패로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점에 대해 먼저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산불은 소나무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이 산불에 취약한 숲으로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민영권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경남 산청에서는 임도 조성이 산지 개발로 이어져 산불이 크게 확산되었고, 무분별한 개발로 지하수가 고갈돼 마을 화재 진화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또한 “산불 진화대가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전락했고, 긴급벌채와 사방댐 공사는 산림조합의 돈벌이가 되었다”며 산림청에 책임을 물었다.
권세라 서울환경연합 회원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기본 장비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산불 진화에 대한 교육과 훈련도 없이 방치되어 초기 대응이 매우 어려웠다”며 “진화대원들은 산림청 소속으로 3~5개월의 단기 계약직 또는 공무직이며, 평균 연령이 65세로 신체 능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섭 산림청장은 전문성과 실효성을 갖춘 산불진화대를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미산학교 5학년 이윤지, 박세나 학생은 “‘같이 살자’라는 이름의 생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면서 산불로 인해 인간만 피해를 보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며 “산불 참사로 생명을 잃은 반려동물, 가축, 야생동물 등 모든 존재를 추모하고 살아남은 생명들도 상처에서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산불과 같은 재난이 나더라고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더 좋은 세계를 만들고 싶다“며 "소나무를 다시 심기보다 최대한 자연복원으로 되살리고, 피해 주민에게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산불로 많은 나무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며, “이는 산에서 벌어진 이태원·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으로,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림청은 산림 보호가 아닌 임업의 경제적 이익만을 대변하며 벌채, 조림, 임도 조성, 숲가꾸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산림청 예산이 늘어날수록 산불도 증가하기에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 이상림 대표와 지리산사람들 최지한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산림청이 산불에 책임지고 피해 주민과 국민에게 사죄할 것 △피해림 긴급벌채 계획을 중단하고 숲가꾸기·임도 등 쟁점 현장에 대한 검증과 토론에 응할 것 △정부와 국회는 긴급벌채·조림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피해 주민 지원에 우선 집중할 것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 △각 정당의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들은 산불 쟁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 등 다섯 가지 요구를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앞으로도 요구사항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와 최선의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비판과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산림청의 왜곡된 설명과 은폐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산불 피해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검증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설명회는 오는 19일(토) 오후 1시 경북 의성군 점곡초등학교에 모여 고운사 일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