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판막 교체 타비(TAVI) 시술...환자단체 “반대 있으면 급여 확대 계속 미룰 건가”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대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타비)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의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환자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임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됐음에도 급여 기준이 제한적으로 유지되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비용 부담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에서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판막이 딱딱해지며 좁아지는 질환으로, 숨참,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생 이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기존에는 가슴을 열고 인공심폐기를 사용하는 수술적 판막치환술(SAVR)이 표준 치료였으나,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에게는 수술 부담이 컸다.
타비(TAVI는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인공 대동맥판막을 삽입하는 최소침습 치료법으로, 특히 고령이거나 수술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심혈관중재학회(KSIC) 동계국제학술대회 토론회에서 “타비 시술은 2015년 선별급여로 처음 등재될 당시 본인부담률 80%라는 매우 높은 환자 부담으로 시작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80세 이상 고령이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등으로 급여 대상이 제한돼 있다”며 “그 결과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그동안 타비 시술의 중·장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로 보수적인 급여 정책이 유지돼 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임상 연구 결과와 실제 진료 현장의 성적이 충분히 축적된 만큼, 더 이상 환자 접근성을 제한할 명분은 약하다”며 “과도한 본인부담을 완화하고 급여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 내 의견 차이나 일부 반대가 있다는 이유로 급여화를 계속 미루는 구조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타비 시술 급여 논의의 중심에는 재정 논리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치료 기회가 놓여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환자단체는 무조건적인 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근거가 축적된 치료에 대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타비 시술 급여 기준 개선 논의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타비 시술이 국내에서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 사이의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타비 시술을 시행하는 심장내과 측에서는 나이 제한과 높은 본인부담률, 심장 통합진료팀(하트팀) 운영 기준, 낮은 행위 수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자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타비 시술은 국내에서 2010년 논의가 시작돼 초기에는 전액 비급여로 환자가 3천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했다”며 “현재는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라도 나이, 수술 위험도, 하트팀 판단, 병원 인력·시설 기준 등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급여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닌 중등도 위험군은 본인부담률 50%, 저위험군은 80%가 적용돼 2천만~3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임상적으로 타비가 더 적절한 환자들도 시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 가이드라인과의 괴리도 언급됐다.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65~80세 환자에서 수술적 판막치환술과 타비를 동등한 1등급 치료로 권고하고 있으며, 유럽은 최근 권고 연령 기준을 75세에서 70세로 낮췄다. 홍 교수는 “국내 데이터에서도 75~79세 환자군에서 타비와 수술의 5년 치료 성적에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반면 흉부외과 측에서는 타비가 중증 대동맥판막질환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힌 것은 분명하지만, 저위험·젊은 환자군까지 급여를 무리하게 확대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준성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급여 기준 확대가 곧바로 모든 환자군에서 바람직한 선택이 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75~79세, 저위험군, 이엽성 대동맥판막, 밸브인밸브 타비 등 다양한 확대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젊은 연령대와 저위험군에서는 여전히 장기 예후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비의 장기 내구성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타비는 단기 성적은 매우 우수하지만, 6년 이상 장기 추적에서는 생존율, 재시술, 영구 심박동기 삽입 비율 등에서 여전히 이슈가 남아 있다”며 “젊은 환자에서는 향후 밸브인밸브 시술과 평생 치료 전략(lifetime management)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타비 시술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과 관련해 기술 발전과 국제적 추세, 환자 선택권 확대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타비 시술을 포함한 급여 기준과 수가 개선을 검토할 때 세 가지 원칙을 두고 있다”며 “기술 발전과 국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의료적 판단 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줄이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 요인으로 논의 속도가 나지 못한 측면이 있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학회와 환자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