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코로나19·RSV 등 ‘멀티데믹’ 현실화...치료제 수급불안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독감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입원 환자도 늘고 있다. 이에 더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감염증 등도 여전히 유행하고 있어 감염병 복합 유행 즉 '멀티데믹'이 현실화되고 있다.
멀티데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이하 RSV) 등 3종 이상의 여러가지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멀티데믹이 발생할 경우 감염자가 뒤섞이거나 두가지 이상 바이러스가 동시 감염된 사람이 생겨 감염 유행이 거세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인플루엔자(독감)가 크게 유행함에 따라, 지난 9일 제3차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개최하여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동절기 주요 호흡기 감염병 발생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의원급 300개소의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결과,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최근 9주간 지속 증가해 2025년 1주차에 의원급 외래환자 1천명 당 99.8명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의 표본감시체계가 구축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38도 이상 갑작스런발열, 기침 또는 인후통이 있는 자로 최근 4주 환자 수 증가 추이를 보면 2024년 △50주 13명 △51주 31명 △52주 73명에서 △2025년 1주 99명으로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모든 연령층에서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13∼18세가 177명으로 가장 발생이 높았고, 7∼12세 161명, 19∼49세 129명 순으로 발생하면서 학령기 아동 청소년층 전파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환자수의 증가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난 2022년 9월~2024년 7월 인플루엔자 유행이 22개월간 상당히 길게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 지역사회 내 많은 점, △작년 10월 이후 연말까지 기온이 예년보다 높았다가 최근 한파 등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점, △현재 인플루엔자의 2가지 유형 A(H1N1)pdm09, A(H3N2)가 동시에 유행하는 상황과, △추위로 인한 실내 활동이 증가되면서 적정 환기가 부족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 예년의 동절기 인플루엔자 유행 추세가 겨울방학 직전 정점을 기록한 후, 방학이 시작되는 1월 이후 서서히 감소해 나가는 추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1~2주 이후 유행의 정점은 지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질병관리청은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유형인 A형((H1N1)pdm09, H3N2)은 이번 절기 백신주와 매우 유사해 높은 중화능 형성이 확인되어 백신접종으로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또한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특히,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기간에는 소아,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심 증상으로 오셀타미비르 경구제(타미플루), 자나미비르 외용제(리렌자로타디스크) 등 2종의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을 경우 건강보험 요양급여가 인정되어 보다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지원된다.
독감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도 최근 3주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입원환자는 8월 유행 정점(1,441명) 이후 감소세 지속되다, 최근 3주간 증가하였으며,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입원환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면 코로나 19도 1월에는 환자수가 증가하면서 동절기 유행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요 호흡기감염병 발생 동향으로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입원환자가 2024년 43주(77명)부터 10주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다 2025년 1주에 소폭 감소 하였으며, 최근 4주 입원환자(2,148명) 중 영·유아 연령층(0~6세)이 전체의 77.4%(1,663명)로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백일해는 2025년 1주 기준 851명으로 2024년 두 번의 정점 이후 최근 4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는 7⁓19세 소아‧청소년 연령층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도 8월 정점 이후 환자수가 서서히 감소하다가, 최근 8주 연속 큰 폭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호흡기감염병이 유행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질환의 구분이다. 독감과 코로나19, 감기, RSV,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은 모두 호흡기감염병으로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기침, 근육통 등 대부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즉 증상 만으로는 구분이 어렵다는 뜻이다. 멀티데믹으로 비슷한 질병이 동시에 감염되면 감염병별 구분이 어려워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호흡감염병의 경우 증상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치료제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한 진단을 통한 직접적인 치료제 투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료 기간이 늘어나고 증상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영국 공중보건국 조사에 의하면,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감염자들의 사망률은 미감염자의 6배, 코로나19만 감염된 환자의 2.3배로 나타났을 정도로 동시 감염의 위험은 매우 치명적이다.
독감의 경우 진단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고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경우도 맞는 항생제를 빠르게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기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해열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제 수급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 항생제 사용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항생제 내성 분석을 지속해 나가면서, 인플루엔자의 큰 유행으로 항바이러스제의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시 판데믹에 대비해 비축중인 정부 비축분의 일부를 시장에 공급해 의료현장에서의 항바이러스제 처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며 "해열제 등 호흡기감염병에 처방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약 단체의 협조를 통해 시중의 수급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증가하는 의료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발열클리닉과 코로나19 협력 병원을 재가동하여 응급실 과밀화를 완화해 나가고, 중증-응급환자 대응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거점지역응급센터를 9개소 추가 지정해 23개소를 운영 중이다. 또한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 기간’을 지정하고 응급의료체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12세 미만 소아보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수가 적게 발생한 것을 보면, 백신 접종이 호흡기 감염병 감염 예방에 확실하게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며 “어르신, 임신부, 12세 이하 어린이들은 지금이라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에 꼭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조기 치료를 위하여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영유아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집단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산후조리원 등 영유아 보육시설에서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직원이나 영유아의 등원 제한, 개인물품 공동사용 금지 등 감염관리 원칙을 준수해 줄 것과, 면역 체계가 취약한 영유아가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호흡기 감염증 예방에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