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불소화합물 노출시 뼈 약해지는 등 건강에 악영향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경북 구민 산업단지의 불산화수소(불산) 누출사고 당시 공기 중 불산 농도가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유해물질 노출 기준인 IDLH의 50%에 육박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IDLH는 특정한 유해물질에 노출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영구적 건강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농도를 뜻한다.
환경운동연합과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17일 ‘구미 불산유출사고 환경, 노동자 피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10월 7일 봉산리 마을을 대상으로 불산에 의한 환경오염 정도를 추정하기 위해 수질, 토양, 식물 등 환경시료 중 불소농도를 측정한 결과다.
이번 조사의 배경에 대해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불산 누출로 인한 지역주민과 노동자의 건강피해가 제대로 조사되기 위해서는 노출 농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조사는 피해지역에 있는 식물 중 불소농도를 분석하여 간접적으로 공기중 불화수소 농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당시의 노출농도를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고지점 반경 1km이내의 인접한 봉산리 방향에서 식물 시료 25개를 채취해 불소 농도 수준을 측증한 결과, EU의 가축 먹이 기준인 30~150ppm의 30배인 107.6~9594.1ppm이 검출됐다.
이를 기존의 연구에서 결정된 축적 상수 K와 분석결과에서 확인된 식물 내 불소 농도의 축적에 관한 공식으로 푸정한 피해 당시의 공기 중 불화수소 농도 결과는 최고 0.5~ 15.0ppm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이는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 노출기준에서 불화수소의 천장값 2ppm에 비해서도 매우 위험한 상태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천장값이란 작업 중 한순간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즉 천장값 2ppm의 설정은 불화수소의 일차적인 자극 독성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써 호흡기계 자극, 치아나 뼈의 불소침착증, 눈이나 피부의 화상이나 자극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윤근 소장은 “이번에 추정된 공기 중 불화수소 농도의 추정값은 매우 보수적인 조건에서 계산 것이므로 피해 당시의 최소 농도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농도값이 IDLH 값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 조건이었는지를 짐작케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측정은 사고 발생 이후 9일만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식물에 축적된 불소의 자연적 감소량을 고려한다면 사고 당시의 추정된 공기 중 불산 농도는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민국가산단 제4단지와 주변마을의 식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해야 한다”며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불화수소의 공기중 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를 없애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건강피해조사를 진행되어야 함은 물론, 이 때 식물의 불산오염 조사도 추가 조사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