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과 AI 기술을 활용해 람사르습지인 장항습지 플라스틱 조사
- 장항습지 쓰레기 98.5%가 플라스틱, 그 중 대부분은 스티로폼
- 플라스틱 쓰레기 파편 사이 헤엄치는 오리, 먹이활동 하는 말똥게 발견
- 그린피스 “플라스틱 오염 해결하려면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 담은 협약 필요”
[현대건강신문]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규칙을 만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다섯번째 협상회의가 이달 25일 부산에서 열린다.
회의 개최국이자 우호국 연합 소속인 한국정부의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생태계의 보고인 장항습지의 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 폐기물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린피스는 7일 ‘2024 한강하구 플라스틱 조사’를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의 실태와 이로 인한 생태계 영향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 대만, 홍콩에서 각 지역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조사하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공동 조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 8월 드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쓰레기는 총 4,006개였으며, 이 중 플라스틱 쓰레기는 3,945개로 무려 98.5%에 달했다. 이 중 스티로폼 포장재가 3,237개로 가장 많았고, 플라스틱 병은 605개로 뒤를 이었다.
장항습지에서 확인된 스티로폼 포장재는 굴이나 김 양식용 부표가 주를 이루는 해안 쓰레기와 달리, 신선식품 배달용 포장 상자나 수산물 상자를 포함한 생활 쓰레기로 추정됐다. 또한 스티로폼이 파편으로 쉽게 쪼개지는 특성으로 인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플라스틱 병은 대부분 생수나 PET병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그린피스가 지난 4년간 진행한 플라스틱 배출 기업 조사 결과와 유사하다. 2020년부터 2023년 플라스틱 배출 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중 70% 이상이 식품 포장재였으며, 이 중 음료 포장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해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생수 및 음료류 기업 순위도 공개됐다. 조사된 605개의 플라스틱 병 중 브랜드 식별이 가능한 33개를 분석한 결과, 롯데칠성과 코카콜라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장항습지는 육상 쓰레기가 해양으로 유입되는 관문 역할을 하며, 도시 쓰레기의 특성을 파악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그린피스는 생태적 가치가 높아 람사르 습지로 등재된 장항습지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여 플라스틱 오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하고자 했다. 특히 장항습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저어새의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민간인의 출입이 불가한 장항 습지의 특성상 조사에는 드론과 AI 기술이 활용되었다. 그린피스는 드론으로 장항습지 일대를 촬영한 후 AI 기술과 육안으로 촬영된 쓰레기의 종류와 배출 기업 정보를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과 함께 분석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멀리서 본 장항습지는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동물들이 서식하는 모든 공간에 플라스틱이 침투해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파편 사이를 헤엄치는 오리와 스티로폼, 페트병 쓰레기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말똥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플라스틱은 이미 공기와 물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우리의 몸속에도 침투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 담은 협약이 절실하다.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목표 설정과 오염을 유발하는 석유화학과 대형소비재기업을 포함한 기업에 대한 적절한 책임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그린피스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과정에 INC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해왔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며,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총 생산량을 최소 7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