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외과 의료분쟁 가장 많고, 척추 질환 세 번째로 많아
- 척추신경외과학회 조정기 회장 “너무 많은 진료과서 밥 벌이로 삼아”
- 일산병원 윤한국 정형외과장 “수술 장단점, 회복 정도 등 자세한 설명 필요”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척추 치료를) 너무나 많은 인생의 밥벌이로 삼고 있다.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일부 내과, 한방까지 척추 치료를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조정기 회장(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너무 다양한 진료과 의사들이 척추 분야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양한 진료과 의사들이 경쟁하며 더 좋은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면, 환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현실은 과잉진료나 오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50대 남성 ㄱ씨는 몇 년 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며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를 전전하며 얻은 결론은 제대로 치료하는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ㄱ씨가 만난 의사들은 수술부터 비침습치료까지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했고 의사의 권유로 여러 치료를 받았지만 ㄱ씨는 아직도 허리 통증으로 10분 이상 걷기가 힘든 상황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이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조정 완료된 의료분쟁 2,195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분쟁사건 중 정형외과 분쟁의 비율은 19.3%로, 전체 진료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형외과 분쟁사건의 의료행위 유형별로는 ‘수술’단계의 분쟁이 68.1%(1,494건)로 가장 많았다. 다빈도 질환 현황을 보면 대퇴골 골절이 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척추병증이 36건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척추를 치료하는 전문의들이 모인 척추신경외과학회는 자정 노력의 하나로 ‘인증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도 했지만 광범위한 진료과에서 척추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증의 제도 도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척추신경외과학회 조정기 회장은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진료과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척추) 수술을 받으면 안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심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일부 병원의 부적절한 치료 행태로 인해, 환자들이 올바른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장해가 되고 있다”면 “자정 노력을 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착한 사람일 수 없다”고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척추신경외과학회 박정윤 총무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학회 내에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발표가 나오면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이런 발표는 발붙이기 힘들다”고 밝혔지만, 학회 내에서 이뤄지는 학술 평가 정보가 환자들까지 알려지기는 어렵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윤한국 정형외과장은 의료중재원 소식지에서 “척추증, 관절증 등으로 병원을 찾을 경우 수술 전에 수술의 필요성, 수술 방법의 장점과 단점, 재활 과정, 회복 정도, 합병증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의무기록을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