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중지 권리 보장, 인권과 건강권 보장 위한 중요한 영역”
- “유산유도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승인과 의료시스템 통한 제공 시급”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여성의 임신 중지 자유를 헌법에 명시하자는 개헌안이 현지시간 1월 30일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했다.이 법안은 지난해 3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관련 법안 발의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는 개헌안 통과와 무관하게 임신 중지가 합법화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는 상징적 차원에서 헌법 34조에 '여성의 임신중지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을 반영하기를 원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발표되고, 2021년 이후 해당 조항이 법적 효력을 상실해 임신중지 비범죄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산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해 공식 보건의료 시스템과 정보제공 체계를 구축해야 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이 이에 대해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WHO에서 조차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는 유산유도 약물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이하 모임넷)에서 2021년 이후 임신중지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실시하고, 응답자 6명의 답변을 통해 확인한 현황과 주요 문제점들을 정리해 1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임신중지와 관련한 신뢰할 만한 정보의 부족과 정보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모두 임신 9주 이내에 임신중지를 하였으며 대부분 임신 초기에 임신중지를 하고자 하였으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대부분 병원에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경험이 있음었고, 온라인을 통해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모두 복용한 응답자의 경우에는 약의 후유증, 복용 후의 신체 증상에 대한 판단과 대처 등에 관해 신뢰할만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으나 도움을 구하거나 문의할 곳이 없었고, 병원에 가기에는 비용이 부담되었다고 답했다.
의료기관 접근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상태와 안전한 임신중지 과정, 후유증 관리 등을 고려해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일이 중요함에도 공식 정보가 없어 상담과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임신중지 시술을 받거나 회복이 필요한 시간을 위해 병원 근처에서 숙박이 필요한 상황을 경험했거나, 보호자 동반이 필수적이지 않음에도 병원에서 보호자 동반과 동의서 작성을 요구하여 지인을 설득해서 동행해야 하는 등의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었다.
의료비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신4주차였던 응답자와 임신 9주차였던 응답자가 모두 80만원~100만원을 수술비로 지출했다고 답하여, 병원마다 임신 주수에 따른 의료비의 차이가 너무 큰 상황이다.
의료의 질도 문제가 있다. 유산유도 약물인 미페프리스톤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소프로스톨 단독 요법으로 내과적 임신중지를 한 응답자들의 경우 병원을 통해 약을 복용했음에도 임신중지가 제대로 완료되지 않아 추가로 수술을 한 경우도 있었다. 임신 9주 이전에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혼합요법의 경우 95~99%의 성공률을 보이는 반면, 미소프로스톨 단독 요법의 경우 84~96%의 성공률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모두넷은 "복지부는 안전한 임신중지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 현황을 파악하여 각 의료기관의 임신중지 가능 시기, 임신중지 방법, 비용, 연락처 등에 대한 공식 정보를 제공하고 원활한 연계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며 "해외의 임신중지 관련 공식정보시스템과 같이 신뢰할 수 있는 병원 정보가 국가보건의료시스템에서 또는 공공적이고 비상업적인 정보 제공 기관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국이 필수의약품으로 구비해야 할 유산유도제로서 인정하고 있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승인과 공식 의료시스템을 통한 제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모두넷은 "복지부와 식약처는 하루속히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서 권고하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공식 유산유도제로 승인하고 공식 의료 체계를 통해 내과적 임신중지가 안전하게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보장 체계 구축과 임신중지시술 의료 수가의 정상화와 함께, 제3자의 동의서 작성, 동행 요구로 인한 접근성 제약 해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