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 33년전 일어난 미국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되새기며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원자력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현대건강신문] 33년전 일어난 미국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되새기며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원자력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의 발표를 정리했다.

지난 2월 9일 저녁 고리 원전 1호기를 12분간 암흑 속에 빠뜨렸던 정전사태는 후쿠시마가 정녕 바다 건너 이웃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무언으로 증거하고 있다.

자칫하면 묻혀버릴 뻔했던, 그러다 우연히 흘러나온 이야기. 그것도 원자력산업과 핵안보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하지만 현재로서 원자력은 수력과 더불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중의 하나. 언젠가 재생 에너지가 숙성하는 날까지 이제 다시 추스르고 원전과 함께 또 한 세상 살아가야 할 채비를 해야겠다.

이번 고리 1호기에서는 사람 잘못, 기기 고장, 늑장 보고 등등, 마치 여러 번 읽어서 닳아진 책장을 넘기듯 익숙한 일들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아직까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사고에서 우린 무얼 배운 걸까? 작년 5월 세계에서 가장 발 빠른 50개 안전대책은 어디로 간 걸까? 국제원자력기구에게서 받은 우리 원전 안전 수월성은 과연 무슨 말이었을까?

세계 최고 운영실적을 자랑하던 우리 사업자는, 작년 10월 국민의 혈세로 출범한 규제자는 어디에 있었을까? 실적에, 시간에 쫓겨 안전을 잠시라도 소홀히 하진 않았을까? 발로 뛰는 안전이 아니고 종이 위의 안전은 아니었을까? 원전에 관한 한 백번을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그 결말은 참담하다.

30년 넘게 공든 탑을 쌓긴 힘들었어도 무너지는 건 하루 저녁이면 충분했다. 다행히 원자로심이 녹진 않았지만, 사업자도 규제자도 모두 녹아내렸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그럴 수도 있었다고 넘기기엔 상흔이 너무 크다. 그간 흘렸던 그들의 땀방울이 너무 아깝다.

고리 1호기 정전으로 비롯된 비록 짧았다지만 잔열제거기능상실은 사건 자체보다 은폐 의혹이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우리나라 원전 안전 관리체제의 구조적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 원전 건설과 운영을 한국수력원자력이 독점하는 것도 문제다.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과정도 마땅치 않고,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존재감이 희미해 보인다. 규제자와 사업자 간엔 건강한 거리가 유지돼야 한다.

애당초 원전 안전에 신화는 없었다. 설비투자만이 능사가 아니고, 생각과 문화가 함께 바뀌지 않는 한 원전의 위험성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가기밀시설을 운영한다는 독점 공기업의 닫힌 문화 그리고 생각 등, 대수술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개방형 전문가 채용확대와 대폭의 정보공개 등 조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문제를 찾아 돌아다녀야 할 규제자들이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서도 안 되겠다. 물론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지만 보고만 받으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감시를 할 수 있겠나? 1당 2, 3역, 작업복 입고 현장을 누빌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뛰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침서에 강한 일본에서 지침서 마지막장을 벗어난 사고가 일어나자 우왕좌왕했다. 우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발로 세포에 스며들 때까지 되풀이해야한다. 여기에서 빠져선 안되는 게 주민, 시민, 국민과 환경이다. 여태까지 우리가 원전만 애지중지하다 정작 사람과 자연을 한시라도 소홀히 하진 않았는지. 안전 없이 원전은 없다.

마지막으로 21세기 정보사회에 발맞추어 3차원 실시간 쌍방향 상시가동 국가원전 안전정보 공유체제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가상공간 내에서 현장과 동시에 원전을 운영하고 관리함으로써 운전원 교육과 훈련을 도모하고, 정보를 실시간 품질관리 함으로써 운전 효율과 안전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제 원전도 디지털 첨단기술과 함께 다시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원자력의 르네상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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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도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재탄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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