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6-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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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들의 장시간노동 노출 인구 비율. (년도=2016년, 자료= WHO-ILO 보고서 기반 용혜인 의원실 작성)

 


2016년 산재 인정 과로사의 8.7배


“OECD평균 수준으로 사망률 낮추면 한 해 400명은 살려”


용혜인 의원 “코로나보다 더 많이 사망, 국가 차원 예방조치 시급”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로 하루 7명 꼴로 출근한 뒤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실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17일 내놓은 공동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 장시간 노동 때문에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2,6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 뇌심혈관계 질병 사망으로 산업재해가 승인된 300건의 8.7배에 달하는 수치다. 10만 명당 사망률 기준으로는 OECD 37개국 중 10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으로 OECD국가 중 2, 3위를 유지하고 있다. WHO-ILO가 공개한 데이터를 봐도 이는 그대로 드러난다. 


15세 이상 인구 중 주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인구의 비율은 8.1~9.2%로 240~272만 명으로 추산된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이 비율이 더 높은 국가는 멕시코와 터키, 콜롬비아뿐이다. 이러한 긴 노동시간이 높은 사망률 순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용혜인 의원실이 OECD국가를 대상으로 장시간 노동 인구 비율과 각국의 심뇌혈관 사망률의 관련성을 회귀분석을 통해 분석한 결과, 관련성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WHO-ILO 공동연구보고서는 의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주당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뇌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장시간 노동은 자율신경계, 면역체계, 고혈압 등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흡연, 음주, 운동부족, 식습관 불량, 수면부족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습관을 형성하여 뇌혈관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을 증가시킨다. 


주당 55시간 이상의 노동은 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평균적으로 35% 증가시키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17%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 등 장시간 노동의 직접적 영향에 의한 직장 내 사망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으며, 장시간 노동이 10년 안팎의 잠복기를 거쳐 노년기에 뇌심혈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으로 입증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뇌심혈관계 질환 사망, 즉 매년 300~500명 수준의 죽음마저도 장시간 노동의 폐해를 축소해서 보여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망뿐만 아니라 장애나 질병을 통한 건강수명손실 문제 역시 주목해야 한다. 


WHO-ILO데이터와 통계청 인구데이터를 종합해 장시간 노동에 의한 ‘질병과 장애로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DALYs)’을 추산하면, 2016년 기준 총 57,754년으로 장시간 노동에 의해 10만 명당 195.2년의 건강수명손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OECD평균인 143.6년에 비해 36% 더 많다.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에 의한 뇌혈관질환 사망 추정치는 1,733명, 1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3.9명으로 OECD 최상위권이다. OECD평균 2.1명을 한참 웃돈다.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은 877명으로 추정되고 인구 10만명당 2.0명으로 OECD 중하위권에 머문다. 이는 OECD평균 2.85명을 하회한다. 


한국에서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뇌혈관질환의 위험성이 심장질환에 비해 특이하게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특별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2016년 기준 남성은 10만 명당 8.2명으로 여성 3.6명보다 2배 이상 웃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으로, 남성이 장시간 노동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을 반영한다.


통계청 자료와 WHO추정치를 비교한 결과 2016년 한 해 뇌심혈관계 사망자 중 6.9%가 장시간 노동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해연도 대한민국 뇌혈관질환 총 사망자는 23,415명으로 이 중 7.4%가 장시간 노동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총 사망자는 14,654명이며 이 중 6.0%가 장시간 노동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추정된다. 


용혜인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사망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만 끌어내릴 수 있어도 한 해 426명의 때 이른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중위값 수준으로 낮춘다면 841명의 죽음을 방지할 수 있다. 2016년 OECD 37개국 장시간 노동에 의한 10만명당 사망 평균은 4.9명으로 5.9명인 대한민국보다 19.5% 낮다. 


WHO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16년 장시간 노동 사망률을 2000년에 비해 47.3% 떨어뜨렸다. 


그러나 다른 OECD국가들 역시 동기간 사망률을 40.2% 떨어뜨림으로써 격차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OECD국가 중에서는 프랑스가 가장 낮은 장시간 노동에 의한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을 기록했다. 


2016년 10만명당 1.1명으로 한국의 1/5 수준이다. 인구가 1,550만 명 더 적은데도 불구하고, 2016년 한국인은 프랑스인에 비해 장시간 노동 때문에 2,038명 더 사망했다. 


OECD에 따르면 2000~2016 프랑스 노동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530시간으로 2,128시간에 이르는 한국 노동자의 3/4 정도에 머문다.


김형렬 카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만을 다룬 것”이라며 “실제 사망에 이르지 않은 이들 질환에 대해서는 누락돼 있고, 장시간 노동이 미칠 수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 이로 인한 자살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국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는 그 위험의 크기가 훨씬 클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 연구조차도 한국사회 장시간 노동의 폐해 전모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 자료를 분석한 용혜인 의원은 대한민국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11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3법’을 대표발의했다.


업무시간과 휴식시간을 규정하고 부가업무를 제한하면서 소득감소에 대한 방안을 정부가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올 4월에는 경비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를 발표한 바 있다. 24시간 맞교대와 부가업무로 휴식과 수면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근로환경이 경비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야기한다는 내용이다.


용혜인 의원은 기존 연구와 더불어 이번 WHO-ILO 연구결과를 정부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제대로 된 통계분석과 응용연구가 동반되어야 국가간 비교 및 세부 문제점 파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누적사망자보다도 훨씬 많은 대한민국 시민이 장시간 노동 때문에 매년 사망하는 현실을 정치권은 똑바로 봐야 한다. 우리는 상시적인 ‘공중보건위기’속에 살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과로사 인정기준 완화하고 산재추정 원칙적용을 적극적으로 해 산재승인률을 높이는 노력과 더불어, 예방을 위한 국가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누더기가 된 현 주 52시간제 수준이 아니라 더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 목표가 나와야 한다. 노동자들이 소득감소를 걱정하지 않도록 사회적 부담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법상 노동시간을 규율하기 어려운 택배, 플랫폼, 택시, 화물운송, 경비 등에 대해서는 따로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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