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위약군 대비 회복시간 31%단축, 치명률 개선 못해
오명돈 교수 “렘데시비어 코로나19의 표준 치료제 된 것 의의”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가 주도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치료에 대한 렘데시비르(remdesivir)임상시험 결과가 지난 23일 발표됐다.
코로나19 폐렴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또는 위약을 10일간 투여한 이번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는 위약군 대비 회복시간을 15일에서 11일로 31% 단축시켰다. 이 결과를 근거로 지난 5월 1일에 미국 FDA는 렘데시비르를 산소치료가 필요한 산소포화도 94% 이하의 중증환자에게 긴급사용허가를 승인했다.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허가 승인의 근거가 된 이번 연구는 전 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국가, 다기관 임상으로, 미국에서 45개 의료기관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가 참여해 이중맹검, 위약 대조연구 디자인으로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평가했다.
이번 임상시험의 국내 연구를 맡아 진행한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이번 미국 NIH의 연구는 왜 공공기관이 임상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임상”이라며 “특히 국가 연구기관이기에 치료 효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는지에 상관없이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이중맹검, 위약 대조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임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2차 평가지표인 치사율 개선 효과는 입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오 교수는 “치료 후 14일의 치사율은 11.9%에서 7.1%로 줄었다. 하지만 만일에 치사율이 35% 감소되는 결과를 증명하려면, 사망에 도달한 수가 최소 200명이 필요하고, 따라서 2,000여명의 시험 참가자를 모집해야 한다”며 “그러나, 환자 2,000명을 임상시험에 모집하는 일은 현재 판데믹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애초 연구 디자인 단계부터 치사율 감소는차 평가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에서는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치료 개시 후 산소치료가 필요없는 상태로 회복시키거나 퇴원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오 교수는 “회복이 15일에서 11일로 4일간 단축되었다는 것은 인공호흡기나 중환자실, 산소와 같은 의료 자원이 그 만큼 더 많아지는 효과가 있으므로, 의료 시설과 기구가 절실히 필요한 판데믹 상황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효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주도 임상연구를 통해서 렘데시비르는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받게 되었다.
오 교수는 “이제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위약을 쓰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없게 되어서, 앞으로 개발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렘데시비르보다 더 월등하거나, 최소한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며 “이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의 표준 치료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며 “이번 렘데시비르 임상 시험은 개념 증명을 제공했고, 앞으로 이 약이 타깃으로 하는 RNA-dependent RNA polymerase를 더 잘 억제하는 제 2세대, 제 3세대 약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한 바이러스 증식 과정의 다른 부위를 타깃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와 인체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제들도 앞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