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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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대한간호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최전선 간호현장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 발표를 위해 대구동산병원 조하숙 간호부장이 상경했고 대구에서 지원 근무를 한 국립중앙의료원 안수경 간호사가 대구 근무 소회를 밝혔다. 사진은 경북대병원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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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대한간호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최전선 간호현장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 참석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진료를 담당한 대구 간호사의 증언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사망 수습까지 한 간호사, 심리지지 없었다


중환자 담당 간호사 절대 부족, 요양병원 환자 입원하며 대소변 처리까지 


지원 간호사 위험수당 주면서, 병원 근무 간호사 수당 제외


“더 이상 간호사를 ‘전사·천사’로 헌신만 강요해선 안돼”


레벨D 보호복 입고 5시간 버틴 간호사...간호사 죽겠구나 생각들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사례1. 2월말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사망자 수습도 간호사가 했다.


#사례2. 코로나19로 입원한 아버지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아들이 전화로 ‘어머니는 잘 모실테니 편히 가세요’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대구·경북지역에 발생한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환자들의 진료부터 생활까지 담당한 간호사들의 숨 막혔던 상황에서 대한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증언을 관통하는 사실은 평소 ‘곪았던 상처’인 ‘간호인력 부족’ 문제였다.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대한간호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코로나19 최전선 간호현장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 발표를 위해 대구동산병원 조하숙 간호부장이 상경했고 대구에서 지원 근무를 한 국립중앙의료원 안수경 간호사가 대구 근무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난 7일 ‘코로나19 2차 확산 대비 국내 의료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시급한 조치와 과제’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경북대병원 김도희 간호사의 증언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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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동산병원 조하숙 간호부장(왼쪽)은 "코로나 사태 같은 재난 상황이 터지면 간호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평소 간호 인력 기준을 마련해 적정 인력을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대구동산병원 조하숙 간호부장 “위기 대응할 간호 인력 기준 마련해야”


한 달 전만해도 대구 사람이 서울 가면 싫어했는데 지금은 이태원 클럽 사건이 터지면서 서울 간다니 딸이 걱정을 했다.


2월 21일 대구 동산병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병원을 비우고 간호 총괄 업무를 맡기 위해 병동 점검을 하는 중에 입원 환자가 밀려들었다. 물품도 없고 진료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단기간에 4백 병상까지 운용을 늘리면서 인력이 정말 부족했다. 전국에서 지원한 간호사들이 속속 도착했지만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있는 간호사를 찾기 어려웠다. 


중환자 병상 10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84명 정도가 필요했는데, 이 인원을 모으는 것이 힘들었다. 사태 초기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가 되면서 병원 안에는 간호사만 들어갈 수 있어 청소 배식 등의 다양한 업무도 간호사 몫이 되었다.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후 대구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이후 요양병원 환자들이 이송되면서 환자복을 입히는 것부터 대소변 처리까지 토탈케어를 하면서 업무가 점점 가중됐다.


코로나 사태 같은 재난 상황이 터지면 간호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평소 간호 인력 기준을 마련해 적정 인력을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병원 내에서는 수당 문제로 말이 많았는데, 파견 온 간호사들은 위험수당, 일당 등을 책정했는데 정작 원내 간호사들에게는 위험수당이 없었다. 간호사 입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왜 대우를 못받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중환자 치료는 △에크모 △인공호흡기 △인공투석기를 돌려야 해, 경력이 있는 간호사가 있어야 한다. 평소 중환자 간호사 교육을 진행해 응급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으면 한다.


특히, 상황실에 있으면서 간호사 폭행 사건이나 사망자 수습 등 다양한 문제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간호사들이 발생하는데,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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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산병원에서 근무한 국립중앙의료원 안수경 간호사는 "현지에 도착했더니 예상대로 처참한 전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대구 동산병원서 근무한 국립중앙의료원 안수경 간호사 “메르스 이후 준비했음에도 여전히 부족”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많이 부족했다. 


특히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환자들이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하면서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해 정말 힘들었다. 


2월말부터 대구·경북에서 재난 상황이 발생해 중환자 위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던 간호사들이 대구동산병원에서 15일간 근무했다.


현지에 도착했더니 예상대로 처참한 전시 상황이었다. 대구 동산병원 수간호사가 배려하려고 노력했지만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24명의 근무 스케줄이 들쭉날쭉이었다. 이브닝-이브닝-나이트로 이어지는 쉼 없는 스케줄이 빈번히 나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간호 인력이 얼마나 부족했으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 2명이 코로나19 환자 41명을 봤는데 1990년 근무 이후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간호 보조인력이 전혀 없어 환자 약을 먹이는 것부터 여러 업무를 해야 했다.


8시간 근무 경우 2시간 근무하고 2시간 휴게시간에 들어가는데, 교대 시 처치비품 처방약물 등을 확인해야 하는 시간, 건물 밖으로 나와 착탈의하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8시간을 쭉 근무한 느낌이었다.


특히, 착탈의하는 병원 밖 컨테이터 박스가 좁아 보호복을 벗은 간호사가 보호복을 입은 간호사와 접촉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해 불안감 속에 생활해야 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에서 일하면서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전문 인력은 1~2년 교육해서 양성되지 않는데, 장기적 과제로 이들 인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간호사를 ‘전사·천사’로 부르며 헌신만 강요해선 안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를 고민해 정상적인 간호 인력 배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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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병원 김도희 간호사는 "환자 수 십명을 간호사 1명이 보는 기간이 길어지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간호사 누구 하나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햇다.

 

 

# 경북대병원 김도희 간호사 “2인 1조 근무 전혀 지켜지지않아, 사명감으로 병동서 버텨”


2월말부터 대구·경북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모든 것이 준비가 안됐다고 보는 게 맞았다.


코호트 격리된 대구 동산병원의 경우 병원에 들어가면 모든 곳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다고 보면 됐다. 2인 1조로 근무를 했는데 거의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면 근무 중 방호복을 벗을 때까지 손상되지 않도록 ‘사수’해야 했다. 음압이 되는 간호사실 전실이 있어 그나마 안전했다. 


대구경북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자 일부 간호사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 지원에 나섰는데, 병원에서는 경력 간호사가 필요하다 보니, 신규 간호사를 코로나19 병동으로 파견했다.


감염병 중환자들은 보통 1대1로 간호사를 배치하는데 경북대병원과 성서대구동산병원은 1~2대 1 배치가 이뤄졌지만 그 외 병원들은 환자 수 십명을 간호사 1명이 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간호사 누구 하나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D 보호복을 입고 고글을 쓰면 몇 분뒤 습기가 올라오지만 닦을 수 없었다. 장갑 2~3개를 끼고 혈관 주사를 놓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2인 1조 시스템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어떤 간호사는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온다’고 말하고 병동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사태 초기 청소·배식 사망자 수습까지 간호사가 도맡아 했다. 사망자 수습법을 몰라 외부에서 설명을 듣고 간호사 여러 명이 사망자 사체를 닦기도 했다.


대구시는 방호복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했는데 일부 병원에서는 가운이 부족해 우의를 뒤집어 입기도 했다. 방호복 관련 체계가 혼란스러워 신청하는 곳, 물품 배정하는 곳이 제각각이었다.


원내에서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사생활을 이유로 감염자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불안감 속에 근무를 해야 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가 끝나도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해 우울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심리 상담사도 오지 않았다.


경북대병원 김도희 간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 코호트시 병원내 간호사 휴식 공간 마련 △감염병 재난 상황이 1차, 2차, 3차 대응병원 구분 △민간병원 보다 대처가 빠른 공공병원 신설 △체계적인 감염병동 프로토콜 제작 △간호사 심리 안정 위한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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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코로나 2차 유행 대비...“중환자 담당 간호사 절대 부족, 헌신만 강요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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