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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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산병원 의료진들이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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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대구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김동은 교수(오른쪽)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 대구 동산병원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했다.

 

 

간호사와 코로나 환자 치료 대구동산병원 김동은 교수

 

“확진자 폭증할 때 컨트롤 타워 없어 사망자 늘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2009년부터 대구 시내에서 메디시티 광고판을 많이 봤지만, 올 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발생하자 메디시티 대구의 실체가 없었다” (대구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김동은 교수)


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연대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월말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온라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현장 만남을 미뤄왔던 이들 단체들은 7일 서울 혜화동 공공그라운드 001스테이지에서 ‘COVID-19 판데믹 2차 확산 대비, 보건의료 현장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대구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김동은 교수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 대구 동산병원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부터 확진자 0명으로 줄어든 시기까지 의료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2월말부터 3월초까지 확진환자가 병원에 입원조차 하지 못하고 숨진 이유를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조직) 부재’로 꼽았다.


김 교수는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대유행에 적절한 대응이 힘들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의 주요 발제 내용을 정리했다.


#1. 2월 14일. 코로나19 검사 신청 의료기관이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1차로 코로나19 검사 의료기관 공모를 냈지만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어느 곳도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대구의료원 검사실은 설치 자격이 미달돼 신청서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2차 공모 때 몇몇 의료기관이 뒤늦게 신청했다. 


진료 중 간호사로부터 응급실이 폐쇄됐다는 말을 듣고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상황이 심각했다. 대구 지역 4개 대학병원 응급실이 동시에 폐쇄돼 250만명이 사는 대도시에 칠곡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실만 운영됐다. 동대구역 옆에 있는 파티마병원에 엄청나게 많은 환자가 몰렸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병원 중심으로 퍼저나가면서 삼성서울병원이 문을 닫은 기억이 있다. 이후 병원들은 밀접 접촉 의심 시 응급실을 폐쇄하는 대응을 했는데, 뇌졸중·심근경색 등 중증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응급실을 문 닫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2009년부터 시내에는 ‘메디시티 대구’라고 써 있는 광고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최고의 의료 수준으로 대구시에 살면 건강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2020년 2월 18일 코로나19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 자체 역량으로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단 파견 등 행정 재정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평소 메디시티를 강조했던 대구에서 첫 환자 발생 이후 바로 ‘두 손을’ 들면서 ‘메디시티 대구’의 실체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 코로나19 확진자는 10여명 정도 발생해 대구시 자체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시기였는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반증이었다.


#2. 대구시장 ‘도움’ 요청에 대구시민 불안 극도로 증폭


이 시기 병원에서 외래와 수술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대구 의료 붕괴’ 소문이 들려왔다. ‘의료가 붕괴됐는데 괜찮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대구시장의 발표로 대구시민들은 과도한 불안을 겪기 시작했다. 


이 시기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3월초 대구를 방문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시내에서 사람들을 볼 수 없어 유령도시 같았고 동대구역에 유일한 개점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계산할 때 카드를 소독해 되돌려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월 29일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환자 741명이 발생하며, 평소 만성적으로 겪어오던 △공공의료 부실 △노인 요양병원 문제 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구시에는 25,000개 병상과 종합병원도 많음에도 100-200명 정도인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병실이 없었다. 실제 일부 병원에는 입원실이 많이 비어 있었지만 병상을 구할 수 없었다.


#3. 민간병원의 공공 전환, 머릿속 가능한데 현실서 불가능


일부에서 감염병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민간병원에 입원 중인 만성질환자를 빼고 감염병 전문 병원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머릿속에서 가능하지만 복합적인 문제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2300~2500명 가량의 확진환자들이 집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시기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숨지거나 극도로 상황이 나빠져 응급실에서 숨지는 확진자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이런 사태로 발전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대구로 왔지만 상황 판단을 위한 정보는 매우 부족해, 이들이 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었다.


대구 전체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부재로 환자 분류가 늦어지고 사망자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대구시에서 비상 시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는데, 외부에 위탁하려고 한다.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은 반드시 대구시가 직접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4. 2010년 대구적십자병원, 경영 이유로 폐원했다


막상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500병상 규모인 대구의료원 만으로 대응이 쉽지 않았다. 2010년 경영상의 이유로 폐원한 대구적십자병원이 있었으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의료급여환자들을 주로 치료했던 대구적십자병원은 혈액사업과 병원운영 적자로 2010년 폐원했다.


#5. 2월 20일 목요일 밤 11시에 문자가 왔다.


보통 밤에 문자가 오면 응급환자가 왔을 때이다. 문자를 보니 다음날 오전 7시 반에 긴급 회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회의에 참석하니 “대구 동산병원이 감염병 거점병원으로 선정돼, 환자를 모두 빼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1천 병상 규모의 성서 동산병원이 개원한 뒤에도 대구 도심에 있는 동산병원에는 130~14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고 200병상 정도 운영할 수 있었다.


형편이 어렵고 장기 입원 중인 환자들도 무조건 나가야 했다. 담낭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는 ‘옆에 코로나 환자를 입원시켜라. 나는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가 꽤 있었다.


당장 이들 환자의 퇴원을 맡게 된 간호사들이 애를 먹었다. 결국 일부 환자들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갔지만 병원에서 나간 환자들을 받아줄 곳은 많지 않았다. 2월 21일, 22일 양일간 137명의 환자들은 타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퇴원했다.


대구시 차원의 대비책이 있어야 했는데, 병원 구성원들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생은 문제가 크다. 이런 사실에 비춰봐서 애초에 코로나19 진료 대응 체계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대구 동산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기능이 바뀌면서도 초기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혼자서 가방을 들고 입소하는 ‘경증 환자 입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월 20일부터 줄기차게 경증 확진자를 입원시키면 안된다고 말했지만, 결국 병원 병상은 경증·중증환자가 뒤섞여 입원한 상황이 됐다.


이 시기 콩팥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집에서 돌아가셨다. 이런 확진환자는 무슨 수가 있어도 입원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확진자 폭증 시기 입원을 못하고 숨진 확진환자들이 수 십 명에 달했다.


대구시는 ‘초기 대응을 잘했다’고 자평하는데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해야 한다.


#6. 대구에 역학조사관이 1명이었다.


이 문제도 대구시의 방역 대책 부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광역지자체는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두도록 규정했지만 250만명이 사는 대구시의 역학조사관은 1명이었다. 


2월 중순 경기도가 역학조사관을 6명에서 28명으로 늘린 것에 비하면 역학조사관 1명의 대구시는 애초에 코로나19 역학조사가 불가능했다. 


대구시는 예산을 이유로 역학조사관을 뽑기 힘들다고 밝혔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기도는 선제적 대응체계가 잘 갖춰있으니 (대구시도) 적극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감염병 전담 병원 선정 이전에 관련 지자체와 병원 구성원들의 설득을 우선했다는 발표를 보고 감동 받았다. ‘미리 물어보는구나’

 

#7. 간호인력 정말 부족, 이빈이후과 의사인 저도 간호 업무를 지원했다


의사가 갑자기 간호사 일을 한다고 하니 다들 이상해했다. 방호복을 입고 병원에 들어간 간호사들이 나올 때 울면서 나온다. 그만큼 힘들었다. 확진환자가 많을 때에는 간호사 4명이 환자 50~60명을 돌보기도 했다.


간호사가 음식 전달, 청소, 환자 세면 등 모든 일을 해야 했다. 한 달 넘게 간호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간호사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의료원에서는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많았다. 원칙상 병실에서 전화를 하면 간호사들이 조치하도록 돼 있지만 그게 전혀 안된다. 간호사들이 환자 식사를 돕거나, 직접 환자들의 옷을 입히고 씻겨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8. 대구시 자화자찬 보며 뭘 준비했는지 의문 들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줄어들고 환자들이 퇴원하면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메디시티 대구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말하는데, 이는 대구 의료진과 전국에서 대구로 와 도움을 준 의사·간호사들이 잘 한 것이다. 대구 환자에게 병상을 가장 먼저 내준 광주 등 대구를 위해 연대의 손길을 내민 지자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매번 사태를 되짚어 보면 대구시에서 뭘 준비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의사·간호사 뿐만 아니라 의료폐기물 처리 등 힘든 일을 도맡아 처리해준 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장애인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검사하는 것도 어렵고 확진 후 장애인을 입원할 병원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얼마 전 대구시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3백 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고 하는데 벌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취약계층에게 어떻게 마스크를 공급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9.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이 돼야 한다


대구지역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에 한 대학병원이 신청했지만, 이번 사태를 보니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감염병 전문병원은 300병상 이상이 돼야 한다.


공공병원이 생겨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안된다. 이번에 코로나19를 치료한 의료진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일했다.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처우를 개선해 의사, 간호사를 채용해야 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도 ‘컨트롤 타워 부재’가 대구지역 코로나19 사망자 발생에 원인이라는데 공감했다.


우석균 위원장은 “지역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없고 지역마다 공공의료지원단이 긴급 재난 상황 시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로, 컨트롤 타워를 세워 국공립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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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코로나 2차 유행 대비...“지역별 방역의료 컨트롤타워가 환자 생명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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