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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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권영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파브리병으로 진단된 사람은 300~4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약150~180명이라고 말했다.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얼마 전 의사요한, 검법남녀 등 드라마에 등장해 주목 받은 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파브리병’. 인구 11만 7000명 중 한 명에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매우 낯선 질환이다. 


특히, 질환 자체 대한 인지도가 거의 없다보니 질환에 대한 오해도 많고, 진단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제 파브리병으로 진단되기까지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브리병(Fabry disease)은 알파-갈락토시다제 A(alpha-galactosidase A)라는 특정 효소의결핍으로 세포내에 당지질(Gb-3)이 쌓여 발생하는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s, LSD)이다. 


X염색체의 유전적 변이에 의한 유전질환으로 주로 남성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어머니가 파브리병 환자일 경우 아들과 딸 모두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될 수 있으며,아버지가 파브리병 환자일 경우 아들에게는 발현되지 않지만 딸에게는 100%의 확률로 유전된다.


파브리병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뇌, 심장, 신장 등 신체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조기 진단 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더 이상의 증상 악화를 막고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파브리병에 대한 낮은 인지도, 진단까지 10년 걸려


지금까지 파브리병의 치료는 부족한 효소를 정맥을 통해 주기적으로 주사하는 효소대체요법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효소대체요법의 경우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4시간 이상 병원에 방문해 정맥 주사를 맞아야 해 파브리병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투약에 대한 편의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순응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이틀에 한 알, 경구로 복용하면서 파브리병을 관리할 수 있는 경구용 옵션이 등장해 국내에서도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파브리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권영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파브리병으로 진단된 사람은 300~4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약150~180명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교수는 “실제 유병율은 3~4배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아직 진단 받지 못한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브리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태아 시기부터 장년까지 나이가 들수록 점차 세포와 장기들이 파괴되고 질병이 악화되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적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파브리병의 경우 증상의 비특이성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만, 전신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다보니 다른 유사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워 증상에 대한 치료만 이뤄지고 파브리병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린 아이들의 경우 꾀병으로 오해 받는 경우도 많다.


권 교수는 “파브리병은 유전질환인 만큼 환자 1명을 중심으로 가계도를 그려보면 그 중 파브리병이 의심되는 친척들을 알아 볼 수있다”며 “그러나 환자들은 해당 친척에게 이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그 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척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다는 거”이라고 지적했다.


질환 정보 공유 중요한 유전질환...인식 전환 필요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연락을 취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파브리병 환자들이 잘 발견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파브리병도 빠르게 치료를 시작한다면 병의 진행을 멈출 수 있기 때문에 친척 간에 파브리병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는 환자들도 유전질환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파브리병의 치료는 부족한 효소를 정맥을 통해 주기적으로 주사하는 2가지 효소대체요법 치료제와 경구용 약제가 있다.


권 교수는 “주사치료는 외부에서 단일 항체를 만들어서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다 보니 항체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경구제는 이론적으로 환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므로 항체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소개했다.


다만, 경구제는 효소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효소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 효소가 전혀 없는 환자라면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투여 하는 것처럼 효소를 바로 주사하는 주사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권 교수는 “효소의 양과 진단 시기는 상관이 없다. 효소의 양은 유전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다”며 “다양한 유전자변이 중에서 효소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경우라면 주사치료를 진행해 효소를 대체해 주어야하고, 효소를 조금이라도 생성하는 경우에는 경구제를 사용할 수있다. 경구제 사용가능 여부는 환자의 유전자 변이 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알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생활이나 학업처럼 한창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연령의 환자들에게 경구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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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

 

 

학업 등 사회적 활동 활발한 연령 환자, 경구제 처방 필요


권 교수는 “남자의 경우 전형적인 파브리병은 초등학생부터 발병하는 데 신장, 뇌, 심장순서로 장기손상이 진행된다”며 “환자가 전혀 치료를 받지 않으면 40대부터 신장기능이 나빠지기 때문에 그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해당 시기가 사회생활이 활발한 연령층이므로 주사 치료를 할 경우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 주사를 맞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사치료로 파브리병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은 그 동안의 생활패턴을 모두 바꿔야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경구제는 모든 환자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용 가능한 환자들이 따로 있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이나 학업처럼 활동이 많은 10대부터 30~40대 환자들은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는 것이 생활리듬을 깰 수 있으므로, 경구제를 1차 약제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파브리병 치료 가이드라인도 변경될 예정이다. 경구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들은 1차 약제로 경구제를 먼저 사용하고, 2차 약제로 주사제를 권고하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것.


권 교수는 그러나 “개정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보험급여 차원에서 법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며 “파브리병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받는 것을 포함해 앞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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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 새로운 환자 치료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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