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난소암 유발 특정 유전자 밝혀지며 사전 조치 사례 나와
국립암센터 임명철 교수 “난소·난관·복막암 환자 중 30% 유전적 배경 있어”
“환자 대부분 유전자 발견돼도 딸이나 형제에게 알리지 않아”
‘가족들 검사 받을 수 있도록 알리는 것 큰 숙제“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유방암이나 난소암에서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암 환자가 자녀나 형제들에게 유전자 보유 사실을 알리고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NGS(Next Generation Secuencer,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난소암 △난관암 △복막암 등은 원인이 나팔관에서 시작되는 한 종류의 암으로 밝혀졌다.
특히 난소암 등 3개 암은 성인 고형암 중 유전 요인이 가장 큰 암으로 밝혀지면서 조적 검사 후 환자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분석 결과 △우리나라 난소·난관·복막암 환자에서 브라카(BRCA)1·2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을 확률은 15~31% △브라카 1·2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여성은 80세까지 난소·난관·복막암이 발생할 위험이 유전자가 없는 여성에 비해 17~44% 가량 높았다.
6일 서울 연세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커뮤니티 기반 암환자 토탈헬스케어 심포지엄’에서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임명철 교수는 “브라카(BRCA) 유전자가 유방암과 난소암관 관련이 큰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 의학) 교과서에도 이 유전자와 암의 연관성이 15%라고 규정돼 있다”며 “최근 전이성 췌장암, 대장암도 유전자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유전자 검사 후 종종 예방적 난소 절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립암센터에 내원한 암 환자의 유전자 분석 결과, 난소암 환자의 종양에서 브라카 유전자가 24% 정도, 혈액에서 15% 정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브라카 유전자를 가진 암 환자들이 자녀나 형제에게 이를 알리지 않아 예방적인 검사를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암 환자가 주변에게 유전자 보유를) 알리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주변인이 바쁘다’고 말하지만 실제 심층 인터뷰를 해보면 (유전자 보유 자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카 유전자를 가진 어머니와 이모를 둔 난소암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27살의 건강한 여성인 A씨는 어머니와 이모가 각각 유방암, 유방-난소암 환자였다. 어머니와 이모 모두에게 브라카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돼, A씨는 3~4년 동안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았지만 둘째를 낳은 뒤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이후 난소암이 유방에 전이된 단계에서 병원을 찾았고 30세에 아이 둘을 낳고 숨졌다.
임 교수는 “A씨의 경우 예방적 난소절제를 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었는데 기회를 잃었다”며 “브라카 유전자 보유자의 가족 중 실제 검사를 받는 경우는 전체의 절반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난소암의 생존기간이 15~20년으로 증가하고 (암 발생 환자 중) 브라카 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생존 기간이 10년이 넘는다”며 “치료제 등이 발전하며 생존율이 늘어나는데 가족들이 검사를 잘 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말했다.
유전자 보유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이면에는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립암센터 유방외과 정소연 전문의는 브라카 검사 이후 △결혼 문제 △민간보험 가입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소연 전문의는 “젊은 여성이 유전자 보유를 알게 되면 결혼 문제가 있어,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홍보만 한다고 편견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사(私) 보험 가입 시 브라카 가족력으로 가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들이 예방적 수술을 하면 암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보험 지출 감소 효과도 있어, 보험 가입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도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를 밝히며 “결혼 전 환자가 남자 친구와 진료를 받으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상황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며 “결혼 전 남성이나 남편에게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