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지출 구조 효율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주최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이 주관하는 ‘신약의 사회적 가치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 방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가 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계, 학계, 산업계, 환자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혁신 신약의 사회적 가치를 조명해보고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기조강연에서는 보건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거장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프랭크 리텐버그(Frank R. Lichtenberg) 교수가 ‘The Health Impact of, and Access to, New Drugs in Korea’를 주제로 지난 10여년간 한국에서 신약의 출시가 수명 연장 및 의료비 절감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리텐버그 교수는 “많은 신약이 개발된 질환일수록 수명도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3년~2012년 동안 출시된 신약으로 인해 2005~2015년 국내의 평균 생존율이 1년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암의 경우 신약개발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2003년 등장한 새로운 항암제로 인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26.7% 증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리텐버그 교수는 “신약 출시는 생존율 향상뿐만 아니라 입원일수 감소 등으로 인해 비용효과도 높아진다”며 "의약분야의 혁신이 장기적으로 의료비를 절감하며 만약 2004년에서 2012년 사이에 국내에서 신약이 등재되지 않았다면 의료기관 이용일수는 실제보다 약 30.7%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신약 출시로 인한 입원일소 감소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2017년 기준 115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신약개발 비용 대비 최대 6배까지 높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약제비 지출구조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한 한국 IQVIA 부지홍 상무는 환자 접근성 강화와 건강보험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약제 지출 구조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 상무는 “OECD, A7 대비 우리나라의 약제비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의약품 단가는 타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이런 낮은 약가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환자 접근성은 긍정적이나 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원천적으로 제한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국민 1인당 연가 의약품 사용량은 선진국 대비 2~10%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으나, 일부 경증약물의 경우 2배 넘는 등 지나치게 사용량이 높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 상무는 “만성질환 및 경증질환 의약품 사용에 대한 지출 합리화는 5개년 계획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를 통해 절감된 보험 재정을 중증·희귀 질환 의약품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약 보장성 강화를 통해 현재 비급여 또는 미등재 및 미래 출시 예정 신약의 급여 등재시 건강보험 재정 지출 영향은 0.6% 추가 지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부 상부는 “일부 다빈도 사용 의약품은 과용 수준으로 사용량이 높아 보험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용량에 대한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험재정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주요국의 정책사례연구는 중장기 종합계획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 중심의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출구조 선진화와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회 좌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이규식 명예교수는 “정부의 약제비 관리 정책은 보통 사용량이 아닌 약가에 집중되어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약제비 지출 구조 선진화는 사용자 입장에서의 이용 구조 개편을 통해 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변진옥 센터장은 “고가이면서 시장확대 효과가 큰 약, 일명 스페셜티 약제의 경우, 시장 진입 이후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보험자인 공단 입장에서는 이를 관리할 수 밖에 없다”며, “지출 절감에 있어 제네릭 사용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전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때 신약 가격 협상은 여진히 중요하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이화여자대학교 이원복 교수는 “신약에 대한 지출 확대의 필요성이 실증적인 근거로 뒷받침 돼야한다”며, 신약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지출이 증가하면 다른 부분에서 그만큼 지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이에 대한 정당성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법무법인 광장 김성주 전문위원은 사망률이 1% 감소 시 약 120조의 경제적 혜택이 발생한다고 밝혀낸 한 연구결과를 언급하며, “신약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정 효율을 통한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적정 수준의 약가와 사용 범위가 보장될 때 이뤄진다”고 밝혔다. 또한, “약제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용량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라며 약제비 지출 구조 합리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연간 약제비가 1억이 넘는 면역함암제의 경우 건강보험 등재 여부에 따라 환자 접근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제네릭 관리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세우고 이를 공론화 시켜 과감한 약제비 지출구조 합리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곽명섭 과장은 “결론은 신약에 배정된 몫이 작다는 것인데 신약에 투입될 수 있는 주머니 자체가 너무 작다”고 밝히며 정부에서도 이러한 요구에 공감해 건강보험 5개년 계획에 지출 구조 합리화를 포함했다고 밝혔다. 또한, “산업적 혹은 재정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가치”라며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약가 재평가를 통한 중증약제비 계정 활용, 트레이드 오프 등에 대한 업계의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