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지난 지금, 국제 공조 이전에 국내 다제내성균 확산
감염내과 의료진 “항생제 다제내성균 현황 세계적 수준”
“다제내성균 환자, 중환자실서 주로 발생, 요양병원 간 전원 통해 확산”
“다제내성균 확산 방지 위해 정부 노력 절실한 때”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2016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항생제 내성 고위급 회의’에서 항생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조 공조를 약속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앞선 2016년 5월 ‘국가 차원의 강력한 항생제 내성 대책으로 슈퍼박테리아 막는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출범하는 등 정부 차원의 실행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에서는 △감시체계 강화를 통한 내성균 조기 인지 △항생제 적정 사용으로 내성균 발생 방지 △내성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감염 예방관리 등을 논의해 ‘2017~2021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이하 관리 대책)’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후 복지부는 2017년 11월 ‘1회 항생제 내성 예방 주간 행사’를 개최하고 관리 대책을 재조명하는 포럼을 열었다.
2016년~2020년 주기인 첫 관리 대책에는 △항생제 적정 사용 △내성균 확산 방지 △감시체계 강화 △인식 개선 등의 분야에 세부 중점 과제가 담겼다.
1차 관리대책 완료 시점인 2020년을 1년 앞둔 2019년, 항생제 관리 대책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병원 내 감염을 관리하고 있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안전’ 대신 ‘불안’을 말하고 중환자들이 항생제 다제내성균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처철하다’고 말하고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진단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의 사각지대를 살펴본다.
#1 항생제 적정 사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지난 6월 ‘수술감염 예방용 항생제 평가 10년, 종합점수 큰 폭 향상’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2007년 최초 평가에 비해 종합점수가 큰 폭으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1차 평가 시 △상급종합병원은 80점 △종합병원은 56점 △병원은 40점이었지만 10년 간 평가 활동을 통해 각각 98점, 84점, 75점으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 A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도 항생제를 너무 많이 쓰고 있고, 의사를 윽박질러 줄이고 있다”며 “실제로 토탈(total 전체) 항생제 사용은 늘었다”고 말했다.
A대학병원 교수는 ‘의사들이 기재하는 질병 코드 변화’로 항생제 사용량 평가를 피해간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사용을 평가하는 항목이 아닌 다른 항목에 항생제 사용 기록을 남겨, 실제 심평원에 보고되는 항생제 사용량은 줄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항생제 사용이 줄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병원에서 항생제가 주로 사용되는 시기는 수술 전후와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다.
수술 전후 감염을 우려한 의료진이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나온 얘기이다.
경기 B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제 여러 병원에서 생기는 일로, 아들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가 성공적으로 이식을 마친 뒤에 반코마이신 내성이나 카바페넴 세균으로 사망한다”며 “회복기에 이런 균에 의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서 의료진은 수술 이후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C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도 내성균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줄이는 것이 맞는 것에 공감하지만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2 내성균 확산 방지
감염내과 의료진이 보는 ‘내성균 확산’ 문제는 심각하다.
서울 D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사례를 통해 ‘내성균 확산 위험성’을 설명했다.
78세 여자 환자인데 발열·호흡·곤란으로 요양병원에서 전원 됐다. 타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하고 요로감염으로 항생제를 2달 이상 사용하다 발열 증세로 내원했다.
1차 검사에서 카바페넴 장내 세균이 나와 걱정했는데 실제 혈액에서 카바페넴균이 나왔고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는 균으로 판명됐다. 독성이 있어 최근에 사용하지 않는 항생제 등 4가지 항생제를 복합 처방해 환자가 겨우 회복됐다.
D대학병원 교수는 “병실이나 중환자실이 다인실로 운영돼 다제내성균이 병원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침대 등 물품의 미소독으로 다제내성균 감염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과 중소병원은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시가 적어, 서울시에서 항생제 내성 환자가 신고된 요양병원을 추가적으로 조사한 결과 또 다른 감염 환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다제내성균이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균요법학회는 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의 항생제 다제내성균 현황은 세계적 수준이고 △다제내성균 환자가 주로 발생하는 곳은 중환자실이고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간의 환자 전원을 통해 내성균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항균요법학회 최정연 회장(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오남용 억제 중심의 현 정책만으로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과 전파를 차단하는데 제한적”이라며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개선되기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은 “국가가 할 부분을 해야 한다”며 “다제 내성 관련해서 복지부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과제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