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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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김포지사 정혜인 주임

[현대건강신문] 신입 직원으로 처음 근무하던 시절 맡은 업무는 지역보험료 부과 담당이었다. 


재산이나 소득에 변동이 생기면 월 보험료가 통상 적게는 몇 천원에서 몇 만 원 정도 오르거나 내렸다. 그럴 때면 쉴 새 없이 문의 전화가 쏟아져 들어왔다. 나를 포함해 국민들은 그렇게 적은 금액에도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국민들이 힘들게 납부한 보험료가 사무장 병원으로 줄줄 새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사(약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내세워 병원(약국)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십년간 사무장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빼내간 금액이 무려 2조 5,500억원 정도이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폐해는 꾸준히 제기되었다. 허위 부당 청구는 물론, △항생제 과다처방 △고가약 처방 △과밀병상 운영 △최소한의 의료인력 고용 △일회용품 재사용등 환자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이고 영리 추구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의 A요양병원 화재 참사는 불법 건축, 소방시설 미비 등의 원인 때문으로 밝혀져 영리만을 위한 사무장 병원의 병폐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건보공단은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국민의 건강지킴이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 십년간 1,531개 사무장 병원 및 면허대여 약국을 적발하였으며, 약 2조5,500억원을 환수 결정했다. 하지만 환수 결정 금액 대비 징수율은 6.72%(1,712억 원)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징수율이 저조한 원인은 자금추적 등 사무장 병원의 불법 개설을 입증할 수사권이 공단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에서 길게는 3년 이상이 걸리게 되고 이렇게 긴 기간은 불법을 저지른 납부의무자들 에게 자신들의 재산을 빼돌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된다. 


이제 사무장 병원의 척결 없이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부여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공단의 지나친 권한 남용을 우려해 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반대하지만, 직무 범위는 불법 개설된 사무장병원과 불법 개설 등록된 면허 대여 약국에 한정된다.


오히려 불법적인 사무장 병원을 단속하고 근절하게 되면 선량한 병원의 경영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주어지면 변호사, 전직 수사관, 간호사 등 200여 명의 전문 인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불법개설 의료기관 감지시스템을 이용하여 평균 11개월이 걸리는 수사 기간을 3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매년 1,000억 원의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 


특사경 권한은 비단 공단에서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토해양부 등 약 20개 정부기관 및 지자체들은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아, 전문성을 살려 고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에서는 특사경 권한으로 주가조작 및 증권범죄 단속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국민건강을 해치고 건보 재정을 위협하는 불법 의료기관의 개설과 확산을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다. 건보재정은 국민들의 소중한 보험료이고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 건보공단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건보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어 불법적인 사무장 병원이 근절되기를 기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포지사 정혜인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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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위협하는 사무장 병원, 근절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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