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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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인증제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윤 TF 위원장(왼쪽 두번째)는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실 사망률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보다 높다”며 “응급실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응급실 의료진은 매일 밤 자신의 병원에 온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고 전화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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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순자 위원장(오른쪽)은 “(TF 위원회) 논의가 끝나고 최근 3곳에서 인증을 받았는데, ‘간호사들은 암기, 시험, 청소는 없어졌다’고 한다”며 “하지만 5일 동안만 이어지는 ‘반짝 속임 인증’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 발언때 물을 마시고 있는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총무위원장(왼쪽).

 


보건노조 나순자 위원장 “암기·시험·청소 없어졌지만 반짝 인증 여전”


소비자포럼 조윤미 “내년부터 미인증병원 가지 말자는 캠페인 예정”


복지부 오창현 과장 “약속한 부분 최대한 지킬 것”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환자 안전을 목표로 8년전 만들어졌던 ‘의료기관 인증제도’가 잇따른 대형병원의 환자 안전사고 발생으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화여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망사건 등 의료기관 인증을 통과한 병원에서 환자 안전 사고가 잇따르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의료기관 인증혁신 TF 위원회(TF 위원회)’를 만들어 개선에 착수했고 최근 ‘인증혁신(안)’을 발표했다.


TF 위원회가 마련한 ‘인증혁신(안)은 △’인증입문 단계‘  도입 등 의료기관 규모별, 중환자실 응급실 등 전문분야별 인증 참여 활성화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선택권 강화를 위한 인증 결과 공표 확대 △수후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조사위원 전문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인증제도 개선안이 최근 나왔지만 인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짝 인증’이 계속될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인증제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윤 TF 위원장(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실 사망률은 동남아시아 국가들 보다 높다”며 “응급실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응급실 의료진은 매일 밤 자신의 병원에 온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고 전화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TF에서 논의된 내용을 진행시키는 것을 중장기 과제로 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보건복지부가 약속(인증혁신)을 지키는지 3년 뒤에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증혁신(안)을 기준으로 지난 9월부터 30여개 병원이 3주기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에서 인증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 3주 전에 인증 평가를 받은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는 “화재와 감염 문제는 인증을 받은 기관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4년간 환자는 (인증 받는 기간인) 일주일만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장을 목소리를 전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TF 위원회) 논의가 끝나고 최근 3곳에서 인증을 받았는데, ‘간호사들은 암기, 시험, 청소는 없어졌다’고 한다”며 “하지만 5일 동안만 이어지는 ‘반짝 속임 인증’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인력 문제 해결되지 않으면 내실 있는 인증도 어려워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는 인력 문제 였다.


발제를 맡은 김윤 TF 위원장은 현 인증제의 문제로 △힘든 인증 평가 △부족한 간호사 인력 △낮은 환자안전 수준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인력을 늘리면서 인증 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며 “인증으로 인한 간호사들의 높은 근무 강도가 이어지면 인증은 형식화되고 경력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 천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리는 상급종합병원도 간호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어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도 “인력이 중요한데 부분인데, 현재 재주는 누가 부리고 왕서방이 챙기는 형국”이라고 간호 가산금이 간호사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 상황을 지적했다.


보건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인증이 끝나면 원위치로 돌아가는 것은 인력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인력 관련해 반드시 연구해야 하고 (인증) 3주기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큰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단체 “인증은 기본이고 의무”, 병원계 “인센티브 필요”


인증을 획득한 병원에게 인센티브(가산금)를 주는 것을 두고 소비자단체와 병원계는 입장이 갈렸다.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은 “인센티브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인증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의무로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병원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병원협회 유인상 총무위원장은 “자율 인증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의무인증으로 운영된다”며 “중소병원은 외래 입원환자 수가 적어 별도 가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겉으로는 자율이지만 실제는 ‘의무’에 가깝다. 


전체 국민의 80~90%가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장 프로그램에 속해 있어 이들을 진료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황의동 정책개발실장은 “현재도 의료기관 종별가산금, 인력시설 가산제 등 건강보험 수가와 연결해 가산하는 쪽으로 간다”며 “인증제는 의료기관의 기본에 해당돼, 미인증·불참기관에 감산하는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위원 자질 높여야 인증 질 ‘동반 상승’


보건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일부 조사위원들이 예전에 일했던 부서에서 인증기간 내내 질문하고 꼬투리 잡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조사 위원 개선 문제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윤 TF 위원장은 “조사 위원 역량 때문에 우리나라에 미국 JCI 기준으로 적용해도 미국처럼 조사가 안 된다”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병원 전반적인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증 결과 공개로 환자 선택권 보장해야”


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은 “내년부터 인증받지 않은 병원에 가지 말자는 캠페인을 하려고 한다”며 “환자 입장에서 병원 평가 결과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하는 적정성평가·의료질평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하는 인증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김윤 TF 위원장도 “심평원 적정성 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마지막 발언을 한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말을 잘 들었고 매를 맞는 느낌이었다”며 “급한 것부터 하려고 하는데 약속한 부분은 지켜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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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인증혁신안 마련...청소 사라졌지만 반짝 인증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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