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6천억원 흑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건보재정이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당초 5천억원 적자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흑자를 기록한 것이 경제적인 이유로 국민들이 진료를 포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 뒷맛이 씁쓸하다.

6일 질병관리본부가 2010년 국민건강영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최근 1년간 병의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진료를 포기한 비율이 35.7%, 치료를 포기한 비율은 50.5%나 됐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경우 3명 중 1명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고, 병을 진단받은 절반 이상이 치료를 포기했다는 말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이같은 조사결과를 보면 건보재정이 흑자를 낼만하다.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수입은 늘어났는데 국민들이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질 않으니 돈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노년층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전국 192개 지역 1만여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원이 가정방문을 통해 설문한 이번 조사 결과 한국인 6명 중 1명은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이상 성인의 16.9%가 경제적인 문제로 진료를 받지 못했고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에서도 16.6%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다.

특히 소득수준에 따른 격차가 컸는데, 소아청소년층은 가정형편에 따른 치료 비율에서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득 하위그룹의 35.2%와 중하위그룹의 14.2%가 경제적 문제로 병의원에 가지 못한 반면 중상위그룹과 상위그룹에선 그런 소아청소년이 전혀 없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은 정부의 기본적인 책무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으로 고통 받는 국민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것은 분명 정부의 직무유기다.

건보재정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재정 투입을 늘리더라도 보장성을 강화해 돈 걱정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정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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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달갑지 않은 건보재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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