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세로_사진.gif▲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범우 교수는 “미국은 의료비용이 커 의사를 만나는 것이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진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환자 상담을 통해 비약물요법으로 할지 약물치료를 할지 통합적인 판단이 초기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전문의 “환자에 대한 통합적 접근 이후 상담, 치료할지 결정”

정신과 치료 이후 낙인찍는 사회풍토도 한 몫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우울증, 불안장애, 조울증 등 정신질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의원의 정신건강의학과 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전공자들의 상담클리닉 등이 늘어나면서 혼탁해진 시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마음’ ‘심리’ ‘심신’ 등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정신상담소를 손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대치동 학원가 한편에는 수험생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심리 상담이 수험준비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학업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일부 학생들이 심리 상담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치료를 맡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는 이 같은 모습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김원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정신약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심리치료의 벽이 무너지는 것이 세계적인 유행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정신질환자들과 점점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원 교수는 “심리상담사, 종교계 전문가들이 정신질환 의심자를 보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며 “의사들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유명 심리치료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원 교수는 “부부치료, 가족치료를 맡고 있는 상담사들이 미국에서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며 “학술대회에 참가한 5천여명 중 3천여명이 부부 갈등을 치료하는 상담을 하는 전문가들이었다”며 “의사들은 10~20%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남범우 교수(대한정신약물학회 학술이사)는 “미국은 의료비용이 커 의사를 만나는 것이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진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환자 상담을 통해 비약물요법으로 할지 약물치료를 할지 통합적인 판단이 초기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전문의 진료 외에 상담 등으로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남 교수는 “정신질환 치료 시장이 돈의 논리로 인해 난립하는 상황으로 치료 체계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며 “진료실 밖의 상담으로 진단이 늦어져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신질환 의심자가 병의원의 진료를 기피하는 세태는 민간보험사의 ‘비정상적’ 시각도 한 몫 한다.

정신과치료 이력이 있으면 민간보험의 가입이 어려운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남 교수는 “치료 기록의 문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라며 “최근 개정된 정신보건법에 ‘중증정신질환자’ 규정이 있는데 이것이 영원한 낙인이 될 수 있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심리학 전공자들의 입장은 ‘시각차’를 보인다.

서울 강남에서 심리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심리학 전공 출신 김 모 원장(가명)은 “정신 상담은 사회문화적 접근도 매우 중요하다”며 “다각적인 접근으로 우울, 불안 등을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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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허물어진’ 정신건강 상담, 환자는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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