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항생제 내성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은 매우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지난 1년간 국내 항생제 내성 감시 결과, 아시네토박터균의 경우 73.4%가 카바페넴 내성으로 가장 심각했다.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은 인공호흡기 장착 중환자실 환자에서 감염을 잘 일으키는 세균이며, 카바페넴은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 감염증 치료의 마지막 보루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6월부터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를 제3군 감염병으로 지정해 전수 감시 중이며, 3달만에 CRE 감염증 환자 2,000명 이상을 확인했다.

항생제 내성균 발생, 치료법 없는 ‘신종감염병’ 이상의 파급력 가져

카바페넴 내성 문제가 더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선택 가능한 항생제의 범위가 제한되고 CRE의 경우 50%에 달하는 높은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바페넴의 사용이 증가한 원인은 최근 20~30년 간 ESBL 생성 장내세균이 증가한 데 있다.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ESBL 생성 장내세균에 카바페넴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ESBL 생성 장내세균이 점차 증가하며, 카바페넴 사용과 이에 따른 내성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 및 유행은 ‘신종감염병’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다. 항생제 내성균 발생 시 세균감염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줄어들 뿐 아니라 사망률 증가, 치료기간 연장, 의료비용 상승 등 공중보건 및 사회·경제 발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가렛 찬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사무총장은 2015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세계는 다시 단순 감염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항생제 도입 이전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국내외 항생제 내성균 대응방침 ‘효과적인 새 항생제 도입’ 권고

영국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세계적으로 70만 명이 내성균에 의해 사망한다. 이대로라면, 2050년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서울의 인구 수인 천만 명에 다다를 것이다. 즉 1초에 3명씩 내성균에 의해 사망하며 항생제 내성균이 ‘암’을 제치고 인류의 제1 사망원인이 된다는 의미다. 향후 35년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손실은 세계 GDP의 3.5%인 100조 달러로 추산된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첫 번째 대책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효과적인 항생제 치료’다. 효과적인 항생제 치료는 우선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해 오남용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항생제 내성균에 효과적인 항생제 개발과 사용이 중요하다.

영국 정부의 항생제 보고서도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항생제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항생제 개발 촉진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법에 따라 감염질환인증제품으로 지정되면 FDA신속 허가 및 5년간의 추가 시장독점권을 부여 받는다. 더불어 미국감염학회 주도로 ‘10x'20 계획(2020년 내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10개의 신규 항생제를 개발하자)’의 시행 등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활기를 띠고 있다.

또한 WHO는 지난 3월 각국 정부와 제약사들의 새로운 항생제 연구 및 개발을 촉진하고자 ‘항생제 연구개발 우선순위 병원균 12종을 최초로 발표했다. 이 중 가장 항생제 개발이 중대한 병원균으로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녹농균,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 등을 지정했으며, 다제내성 및 광범위 내성 그람음성균에 대한 항생제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항생제 신약 가치 인정하는 약가기준 마련돼야

그러나 우리나라의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도입은 매우 뒤쳐져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식약처에 새롭게 허가 받은 항생제는 국내사와 외자사의 신약을 포함해 5종에 불과하며, 이 중 시판되는 항생제는 절반에 그친다. 항생제 신약에 대한 적정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항생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슈퍼박테리아 감소와 치료를 위해 필수의약품인 ‘항생제 신약’ 도입이 시급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전략이 없어 아직까지 일률적인 급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신약 항생제인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했지만 국내에서는 시판허가와 급여목록 등재 이후에도 판매되고 있지 않다. 신약의 가치에 비해 낮은 약가를 부여받아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새로운 항생제를 급여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대체약제들의 가중 평균가를 받아들이거나 경제성 평가를 통해 대체 약제 대비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출시된 모든 계열의 항생제와 그 제네릭까지 포함해 산출하는 가중평균가는 낮을 수밖에 없고 현행 경제성 평가는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임상 시험 결과 자료를 바탕으로 신약의 가치를 측량하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가 가진 내성 관리 측면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다. 또 비급여로 출시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생제는 그 약제의 효과와 더불어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과 다제내성균으로 생명을 위협 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의학적인 요구까지 함께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새로운 항생제가 실제 의료진과 환자 손에 빨리 닿을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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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 대응하는 '항생제 신약' 우리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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