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가로_사진2.gif▲ 30일 열린 공청회에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생명윤리는 새로운 연구에 대한 대응으로 1차적으로 연구자 스스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연구자들의 자가 성찰을 도울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민관협의체 만들어 논의 ‘걸음마 단계’

연구자 “규제 엄격해 뛰어난 기술 사장 위기”

법조계 “연구-임상 분리 힘들어, 사회적 합의 선행 필요”

복지부 “연구 안전성 확보 위해 논의 좁히고 있어”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 기술 연구가 이뤄지면서 국내 연구자들도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법체계 미비로 연구자들과 반대 입장인 전문가들 간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5년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시민단체의 의견이 이어지자 올 해 3월 민관협의체 구성해 8차례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합의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 정책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청회를 열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유전자 가위 등 첨단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의 팽팽한 기싸움은 이어졌다.

일부 참가자는 “공청회가 열리기도 전에 일간지에서 민관협의체의 합의된 내용이 공청회에서 발표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며 “민간협의체에서 논의는 시작 시점에 불과한데 ‘합의’라는 내용이 퍼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청회 발제에 나선 법대 교수들은 첨단생명과학기술의 정의와 영향, 세계 각국의 연구 동향에 대해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열린 공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생명윤리는 새로운 연구에 대한 대응으로 1차적으로 연구자 스스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연구자들의 자가 성찰을 도울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건 때부터 생명윤리에 관련 발표를 이어온 홍익대 법대 이인영 교수는 “첨단과학기술 연구는 눈앞에 닥쳐와 있지만 우리의 생명윤리법은 이를 어떻게 다룰지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산전 유전자 검사 기술’을 첨단생명과학기술의  한 사례로 들며 안전성과 효율성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희망 사항으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산전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비난하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불확실한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을 허용해야 하는지 물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린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국립암센터 유방외과 이은숙 교수는 “우려되는 점도 많지만 실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우려되는 부분은 계속 오픈(open)된 상태에서 윤리적 논의가 이뤄져야지 억누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자 입장에서 의견을 밝힌 토론자들은 ‘임상과 연구의 분리’를 강조하며 연구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가로_사진.gif▲ 토론자로 나선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박미라 과장(오른쪽)은 “연구자들은 규제가 엄격해 연구를 막고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를 좁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저널에 유전자 기술 연구 발표를 싣기도 했던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미국서 열린 논의에서 유전자 교정 기술을 배아에 적용해 출산까지 가는 임상은 시기상조이지만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며 “이를 구분해 위험성이 있지만 연구는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배아연구는 불법으로 해외 연구자의 도움 요청시 공동 연구를 진행해 네이처지(Nature)에 결과가 실렸다”며 “연구 결과 모자이크 현상의 98%를 해결하고 표적이탈효과도 없었지만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자이크 현상은 정상 세포 분열과 돌연변이 세포 분열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신체 일부분에 모자이크 모양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모자이크 현상이 일어난 배아는 변이된 유전자를 후세대에 물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줄기세포센터 강은주 교수도 “기초 연구를 통해 질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와 임상은 분리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토콘드리아 연구자인 강 교수는 “마이토콘드리아 질병은 유전적으로 DNA 문제뿐만 아니라 핵의 문제가 생겨도 비슷한 질병이 나올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위해 연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입장에서 토론자로 나선 고려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오상철 교수는 앞선 두 연구자들을 ‘놀라게 할’ 발언을 했다.

오 교수는 “한국 병원에서 근무하는 기초과학연구자인데 법이 허용하지 않은 연구를 진행해 네이처에 나왔는데 IRB 입장이면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법이 허용되지 않은 연구를 다른 나라에서 한 것을 IRB에서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도 세계적 연구 소재가 있음에도 법이 허용되지 않아 좌절하는 연구자를 볼 수 있다”며 “연구자들이 이런 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후에 토론자로 나선 ▲최규진 인하대 의대 교수 ▲신동일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목광수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임소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강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첨단생명과학연구 진행에 앞서 법적, 윤리적, 인권적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촤규진 교수는 “첨단생명과학기술로 주목받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했는지,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는지 의문”이라며 “관리체계의 부실로 관련 산업의 이윤을 거드는데 일조했을 뿐이라는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신동일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수준이 ‘의견증거’ 수준에 불과해 증명력에 문제가 있다”며 “편집위원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 편집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과학 저널에 통과된다고 (안전성이) 입증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목광수 교수는 “유전자 관련 문제는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것으로 윤리적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임소연 강사는 “황우석 사건 이후 난자, 배아 사용이 엄격해졌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다시 강조돼야 한다”며 “난자나 배아를 공적으로 지원받아 연구로 쓴 뒤 치료제로 개발될 경우 제약사의 이윤 추구로 이어져 이것이 과연 윤리적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박미라 과장은 “연구자들은 규제가 엄격해 연구를 막고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를 좁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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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전자 기술, ‘기는’ 생명윤리법 개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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