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가로_사진2.gif▲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왼쪽)는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는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연구 결과들이 모아져 표준화된 진단법과 치료법을 자리잡은 것”이라며 “표준화된 진단과 치료가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계도 “안아키 일부 치료법 심각한 문제” 선긋기 나서

피부과 전문의 “아토피 초기 치료 놓치면 천식 비염 등으로 발전”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안아키 운동’으로 인한 사태가 뿌리 깊은 의료진 불신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아키’는 약을 쓰지 않고 아이를 키우자는 움직임으로 안아키 카페는 6만명의 회원들이 자연 치유법으로 아이들을 키우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자연치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카페의 설립자는 한의사로 ‘약을 적게 쓰는 자연 치유법’을 강조했다. 

이 한의사는 모 방송과 인터뷰에서 수두 백신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전 국민의 ‘수두 파티‘를 제안해 의료계 내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수두 파티’의 근간에는 백신을 맞지 않고 수두를 앓고 지나가는 것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한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안아키의 일부 치료법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이 문제가 한의사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

대한한방소아과학회는 성명을 내고 “해당 카페(안아키)에서 지향하는 일부 치료법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위험한 행위”라며 “영유아에게 필수 예방접종을 피하고 수두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수두 파티’를 권하는 것은 의학적 상식과 거리가 먼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의학이 백신과 예방 접종을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한의협은 “예방접종의 경우 이미 조선시대부터 활발히 시행되던 예방 치료법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인두법과 우두법을 소개한 것이 우리나라 예방접종의 효시”라며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 선생도 한의사였다”라며 예방접종과 한의학이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밝혔다.
 
가로_사진.gif▲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안지영 홍보이사는 ‘안아키’ 카페를 분석한 결과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큰 흉터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30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이 같은 행위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아동학대와 인권침해로 보고 엄중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학술위원)는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는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연구 결과들이 모아져 표준화된 진단법과 치료법을 자리잡은 것”이라며 “표준화된 진단과 치료가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안아키’의 주장은 일부의 상상력을 일반화시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백신을 안맞어도 괜찮다는 주장은 사회의 보건학적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안지영 홍보이사(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는 “아토피의 경우 천식, 비염을 초래할 수 있는 출발이 되는 질환으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이런 질환을 방치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고 학교에서 전파될 수 있어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지영 홍보이사는 ‘안아키’ 카페를 분석한 결과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큰 흉터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연치유’에 공감하는 사회 분위기 이면에는 기존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얼마전 설사로 의원을 찾았는데 설사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처방해 놀랐다”며 “의사 중에도 약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의사를 만난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은 의료진을 불신하게 되고 결국 ‘자연치유’를 주장하는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인 전반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 같은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며 “진료나 약 처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자세히 설명을 하며 환자와 신뢰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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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사태 근간엔 뿌리깊은 의료인 불신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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