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세로_사진.gif▲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다발골수종 신약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전체 생존율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보험급여를 받지 못해 환자들의 죽음을 방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괴롭다고 말한다.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고위험군 다발골수종 환자의 경우 신약을 쓰면 2년 더 살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약을 쓰지 못하니까 마음이 괴롭다”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다발골수종 신약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전체 생존율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보험급여를 받지 못해 환자들의 죽음을 방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괴롭다고 말한다.

다발골수종은 우리 몸에서 면역체계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또는 증식되어 나타나는 혈액암이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방사능, 다이옥신 등 환경유해물질도 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평균발병 연령이 66세로 고령에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 혈액암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는 노인인구를 위협할 주요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 늘고 있지만, 국내 다발골수종 1차 치료옵션 매우 협소한 상황

실제로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 다발골수종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 혈액암 중에서 림프종, 급성골수성백혈병 다음으로 3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환자들이 많고 전체 환자수가 많지 않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최근 효과 좋은 신약들이 출시되고, 국제적인 치료 가이드라인도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보험급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의 1차 치료옵션은 매우 협소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 건강보험급여 기준 상 새로 진단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발골수종 신약은 벨케이드가 유일하다. 하지만,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호주 등 외국에서는 벨케이드 뿐만 아니라 레블리미드 역시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NCCN(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 역시 새로 진단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에 있어 이식여부에 관계없이 레블리미드 치료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2017년도 NCC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르테조밉+독소루비신+덱타메타손과 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처방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여에서는 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과 보르테조밉+텔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치료만 가능하다.

생명 연장하는 좋은 약 있음에도 사용 못해 의사들도 괴롭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반드시 NCCN 가이드라인을 따를 필요는 없다. NCCN 가이드라인이 너무 빠르게 급변해 따라가기 힘들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급여는 적어도 3~4년은 뒤쳐져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약물이 너무 적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효과가 좋은 약물이 없어 전세계 모든 환자들이 다 같이 못 쓰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효과가 좋은 약이 있음을 분명히 아는데 급여 문제로 환자들에게 사용이 어렵다면 의사 입장에서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에서는 신약들에 대해 이미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이 있는데 왜 급여를 해줘야 하는지 이해를 잘 못한다”며 “이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값비싼 신약과 신약의 병용요법은 물론, 신약과 싼약도 마음대로 병용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급여에서는 비급여 약물+급여 약물을 병용해 사용할 경우, 급여가 되는 약물도 비급여로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효과가 좋은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레날리도마이드+보르테조밉 병용에 제한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이럴 경우 보르테조밉 조차 급여가 안 된다. 전혀 융통성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보험재정 문제도 고려해야겠지만 당장 써야할 환자들에게 안 쓰는 것은 문제
 
비교적 젊은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많이 시행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연구결과, 이식수술 후 보르테조밉과 레날리도마이드의 유지요법 사용 시 전체 생존기간을 2년 이상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탈리도마이드를 그것도 1년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특히 “레날리도마이드의 경우 1차 약으로 허가는 나 있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 쓸 수는 있다”며 “하지만 유지요법으로는 허가가 나지 않아 아예 쓸 수가 없다. 환자들이 쓰게 해 달라고 하면 당장 입장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처럼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2년 이상 더 연장시킬 수 있는 약물이 있음에도 허가나 급여 문제로 사용할 수 없어 환자들을 더 빨리 죽게 두는 것은 일종의 ‘간접살인’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심평원이나 식약처는 약가를 깍아서 적당한 가격에 환자들이 그 약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게 존재의 이유”라며 “재정적으로 10조쯤 흑자라는데 이는 환자들이 비싼약을 못쓰게 하면 된다. 보험재정이 고령화로 빨리 소진 될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당장 써야할 환자들에게 안 쓰는 것은 문제다. 프로세스를 정비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선진국 기준의 70~80%만 따라가 줘도 좋겠다”며 “한국 정부가 좀 더 투명하고 확실한 기준을 제시한다면 환자들에게 더 빨리 효과가 좋은 약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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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신약들 줄줄이 나오지만 환자들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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