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세로_사진.gif▲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정신건강 주간 선포식 기자간담회에서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차기이사장(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은 정신보건법이 환자치료와 가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 치료 경력이 있는 17살 여학생이 8살 여자아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들어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의 묻지마 범죄가 늘면서 우리 사회에 이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말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오는 5월 30일 전면 시행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이라는 민감한 문제로 논란이 됐던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5월 30일 전면 시행된다.

보호자의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을 인정한 현행 정신보건법이 그 동안 자의적으로 적용될 여지가 많아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드러난 것이다. 이에 정신보건법 개정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7 정신건강 주간 선포식 기자간담회에서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차기이사장(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은 정신보건법이 환자치료와 가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다. 얼마 전에도 큰 사고가 있었고, 강남역 사건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계기로 진정 환자 치료와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현재 추진되는 법은 너무 급박하게 진행돼 어떻게 손 써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폭력성향으로 나타나는 조현병 환자에 의해 누구나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자칫 치료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개인 의사에 반해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이 되지 않도록 입원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으로 정신과 의사의 진단과정과 보호의무자의 조건을 좀 더 엄격하도록 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환자 입원 시 15일 안에 국·공립병원을 포함한 서로 다른 기관 소속 전문인 2인의 추가 진단을 받게 하고 국립 정신병원에 설치된 위원회에서 30일 안에 다시 입원적정성 평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조현병, 중독 치료 입원자 등 1만 9000여명 이상 당장 퇴원

문제는 현재 전국의 정신병원에 6만 5천여명의 입원자가 있고, 법이 개정과 동시에 이 환자들의 입원 적정성을 모두 다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많은 진단을 하러 국공립병원의 정신과 전문의가 출장을 다녀야 하는데, 그 만한 인력도 없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아는 보건복지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과 세부 법안에서 민간병원 전문의 쌍방 간 진단을 서로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모법과 충돌한다”며 “정부가 법적인 것을 해결해줘야 의사가 의학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다. 결국, 정신과 의사들은 모법에 따라 방어진료를 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신과 의사들의 방어진료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의 책임은 복지부와 정부가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입원 시 필요한 2인의 보호의무자라는 조건을 충족하기도 어렵고 정신질환자가 퇴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보호자들이 이를 감당할 경제적, 정신적 부담 때문에 책임을 극도로 꺼린다. 결국, 환자들이 퇴원 후 오갈 곳이 없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학회측의 주장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1만 9천여 명 이상이 퇴원해 사회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물적, 인적 시스템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2차 진단에 참여하는 민간의사 신분 보장해야

정신건강복지법대책TFT 백종우 위원(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지난달 25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입원적합성심사위원에 2차 진단의가 소속돼 활동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시행령 및 시행규칙,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사항이 있었다”며 “복지부가 신뢰할 만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진단을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백 위원에 따르면, 현재 2차 진단에 참여할 국공립 의사 수가 모자라 민간의사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에 압력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의사가 2차 진단에 참여하도록 하면, 국공립의사에 준하는 신분을 보장하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명시해야 한다”며 “2차 진단에 참여하는 의사들의 신분 보장과 입원을 시키는 주체가 국가임을 명시하는 것이 기본적인 요구”라고 밝혔다.

아울러 백 위원은 “퇴원 대란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지역사회의 준비 정도도 논의 대상”이라며 “지역사회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측은 현재 정신건강복지법과 관련한 정부와의 갈등은 복지부가 학회의 요구사항에 신뢰할만한 답변을 제시하는 경우 얼마든지 논의할 의사가 있다며, 향후 정부의 입장에 따라 충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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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에 따라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1만 9천명 퇴원...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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