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세로_사진.gif▲ 1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통증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대현 신임 회장(가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 통증센터 교수)은 SSRI 처방 제한이 일부 진료과에만 풀린 것을 두고 ‘들러리를 선 기분’이라고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우울증 치료제인 SSRI의 처방 제한이 치매 뇌졸중 등 신경과 질환에 한해 풀린다는 소식에 대한통증학회가 불쾌감을 표시하며 학회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SSRI는 대표적인 우울증 치료제로 최근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외에 다른 진료과에서도 SSRI 처방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다른 진료과에서 SSRI를 처방할 수 있는 기한이 60일로 묶여 있어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뇌전증학회 등은 보건복지부에게 이 제한을 풀어줄 것을 끈질기게 요청했다.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보건복지부가 정말로 자살률을 줄이고 싶다면 긴급히 SSRI 처방 제한을 폐지하고 외국과 같이 모든 1차 의료 의사들이 우울증을 자유롭게 치료할 수 있게해야 한다”며 “비정신과 의사들이 3대1 비율로 정신과 의사들 보다 더 많이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음제도 처방제한으로 위험한 TCA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간담회에서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SSRI 처방 제한이 풀릴 것이란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며 일부 진료과에 한해 SSRI 처방 제한이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정신건강의학과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도 우울증 치료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데 환자의 안전을 지켜야 할 복지부가 몇몇 학회의 주장에 굴복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통증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조대현 신임 회장(가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 통증센터 교수)은 SSRI 처방 제한이 일부 진료과에만 풀린 것을 두고 ‘들러리를 선 기분’이라고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우울증 치료 토론회’에는 대한뇌전증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를 비롯해 대한내과학회,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등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SSRI를 처방하는 진료과 관계자들이 대거 모였다.

이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질환 발생 이후 초래되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막기 위해 항우울제의 처방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주도하는 논의 결과 신경과 질환인 치매, 뇌졸중 등에 한해 SSRI 처방 제한이 풀린다는 소식에 ‘동맹’이 깨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통증학회 조대현 회장은 “신경과가 12일 토론회에 많은 학회를 끌어들인 것으로 안다”며 “이것을 계기로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제도적) 변화가 올 줄 알았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으로 (이번 논의에)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회장인 김용철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도 “항우울제도 일종의 통증을 치료하는 기전을 가진 약”이라며 “이런 약을 통증전문의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SSRI 처방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김용철 교수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자살률도 높아 항우울제를 (통증전문의가) 직접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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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I 처방 제한 논의 지켜본 통증학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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