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가로_사진.gif▲ 해운대 사고 이후 5일 긴급하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왼쪽 세번째)는 이렇게 말하며 "뇌전증, 당뇨, 고혈압 환자 중에 의식 소실이 발생한다"며 "의식 소실이나 졸음 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뇌전증학회 회장 "사고 발생하자 운전자 아닌 뇌전증에 초점 맞춰"

"운전면허는 생존권과 직결, 일괄적인 면허 취소 재고해야"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언론에서 요즘처럼 뇌전증을 다루는 것은 처음으로 인데, 교통사고 운전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뇌전증이란 병명에 초점을 맞춰 낙인찍기에 나서는 것은 문제다"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이후 ‘뇌전증 낙인찍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신경과 전문의의 발언이 나왔다.
 
해운대 사고 이후 5일 긴급하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며 "뇌전증, 당뇨, 고혈압 환자 중에 의식 소실이 발생한다"며 "의식 소실이나 졸음 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해운대 사고 발표 뒤 뇌전증에 대한 언론과 SNS의 포화가 집중되자 치료를 잘 받고 있던 환자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몇몇 환자들은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발표에 '죽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2004년 발표된 미국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최다 원인은 음주운전으로 1만2천여 명에 달했다. 다음이 △젊은 운전자(10,379명) △심혈관질환자(1,831명) △당뇨병 156명 △뇌전증 97명으로 나타났다.
 
홍승봉 회장은 "우리나라는 관련 통계가 없지만 미국 자료를 보면 뇌전증 환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률은 음주자나 심혈관질환자들에 비해 매우 적다"며 "우리나라 경찰청 등 정부기관에서 질환 원인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자를 분석한 자료를 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현재 경찰은 동영상 분석 결과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가 사고 당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청 면허계 조우종계장은 "조사 중이라 관련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 "시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줘서는 안 되고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적성 검사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질병정보를 (경찰청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법 문제가 있고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뇌전증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2일 경찰청은 뇌전증으로 장애 등급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받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 조 계장의 발언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조 계장은 간담회 중간에 "현재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보다 음주(사고)가 더 많아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해 뇌전증 보다 교통사고 위험이 큰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시켰다.
 
특히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치매, 뇌전증 환자의 운전면허 정지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지만 자리를 비웠다.
 
경찰청의 운전면허 수시적성 검사 방침에 대해 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은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되는 등 면허 소지 유무에 따라 생사가 결정될 수 있다"며 "뇌전증은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운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운전면허 발급이 가능한 뇌전증 환자의 분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로교통법상 중증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 취득을 할 수 없다.
 
운전적성판정위원회(이하 판정위)에서 의사의 진단서를 참고로 뇌전증의 경증을 따져 면허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뇌전증 전문의인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간담회에서 면허발급 판정 기준을 의사나 뇌전증 환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어떤 의사는 3개월 동안 발작 증세가 없으면 (운전이) 가능하다고 판정하고, 또 다른 의사는 (증세가 없이) 5년이 지나도 운전을 못한다고 보고 있다"며 "판정위에서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면허를 발급하는지 명확해야 의사들의 진단 기준도 확실해진다"고 말했다.
 
홍승봉 회장은 "보통 트럭, 버스, 택시 운전자들의 사고 위험성이 높아 개인면허인지 상업면허인지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의사가 판정) 편차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은 "혈당이 떨어지면 정신을 잃는 여러 질병이 있고 그 중에 뇌전증이 있다"며 "마녀사냥 식으로 가면 뇌전증 환자 전체가 불이익을 당하고 차별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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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무관심했던 한국, 교통사고로 '낙인찍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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