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10년 이상 호르몬치료 받은 여성 3명 중 1명 자살생각

고려대 안산병원 김도훈 교수팀, ‘세계기분장애학회지’에 발표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는 여성보다 2.2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이 1.4배 높았다.

폐경 여성의 안면홍조, 우울증 등 갱년기 장애를 줄이기 위해 행해지는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오히려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로, HRT의 효용성에 대한 찬반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팀이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폐경 여성 2286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기분장애학회의 공식 학회지인 ‘기분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근호에 소개됐다.

김 교수팀은 폐경 여성(평균 연령 56세)을 대면 인터뷰해 이들의 운동량·영양 상태·소득·우울증 여부 등을 조사했다. HRT를 받는 폐경 여성은 15.9%가 의사로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HRT를 받지 않는 여성의 우울증 진단율은 7.3%에 그쳤다.

HRT를 받는 여성의 26%가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2주 이상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HRT를 받지 않은 여성의 우울감 경험률은 19.3%였다.

또한 HRT를 받는 여성의 우울감 경험률이 HRT를 안 받는 여성보다 1.4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폐경 뒤 HRT를 받는 여성은 22.6%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HRT를 받지 않는 여성(16.5%)에 비해 1.4배나 높은 자살 생각 비율이다.

자살 생각 비율은 폐경 뒤 HRT 기간이 길수록 높았다. HRT를 받지 않은 여성에 비해 HRT 기간이 각각 5년 이하, 5∼10년, 10년 이상인 폐경 여성의 자살 생각 비율은 1.2배, 1.4배, 2배였다.

특히 폐경 뒤 10년 이상 HRT를 받은 여성은 3명중 1명꼴로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 교수는 “장기간 HRT를 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 교육·홍보가 시급하다”며 “폐경 뒤 HRT를 오래 받은 여성일수록 안면홍조·식은 땀·심한 감정 기복 등 갱년기 증상을 장기간 겪는 것에 지쳐 우울증·자살 생각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폐경 여성 가운데 상당수가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에스트로겐 단독 또는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을 함께 주입하는 HRT를 받는다.

연구팀은 “이중 프로게스테론이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프로게스테론의 부작용으로 우울증·자살 충동이 높아질 수 있다”며 “폐경 여성에게 HRT를 하면 정서적·감정적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HRT는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 즉 안면홍조·골다공증·불면증·질과 비뇨기 계통의 위축 등 여러 증상의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궁내막암·유방암·담낭질환·유방통증·간질환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제기되면서 HRT의 득실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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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뒤 호르몬치료, 우울증 위험 2.2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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