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사진기본크기1.gif▲ 심장혈관이 막히고 4~6시간이 넘어가면 혈액공급이 다시 재개되더라도 죽은 심장근육은 되살아나지 못하며, 따라서 이 시간 이전까지를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현대건강신문] 최근 길가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56세의 남자가 119에 의해 응급실에 실려왔다. 

발견 당시 혼수상태였으며 악성부정맥이 확인되어 구급차 안에서 심폐소생술이 시행되었고, 병원에 도착해서도 약 20여분간의 심폐소생술과 강심제 등의 약물 투여 후 맥박이 회복되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고 약 30-40분 후 맥박이 돌아온 것으로, 이 때 확인된 심전도는 급박하게 혈류재개통이 필요한 급성심근경색증! 

물론 환자의 의식은 계속 혼수상태였으며, 약 20분 이상 심장 펌프기능이 없었던 이유로, 심한 폐부종 상태를 보이고 인공호흡기 튜브를 통해 끊임없이 피가래가 뿜어져 나왔다. 

검사를 위해 채혈된 동맥피는 일반적인 정맥피보다도 산소농도가 낮았고 산성화가 극심하게 진행되어 있었다. 

바로 심장혈관촬영실로 옮겨 폐부종과 저산소증 및 산혈증(혈액의 산성도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혈액 속에 산소가 부족하거나 조직으로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발생)에 대한 처치를 지속하면서 응급시술을 시행했다.
 
2000년대 들어 의학기술 및 약물의 괄목할만한 발달로 심혈관질환 환자의 진단과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 

특히 급성심근경색에 대한 규격화된 초기치료법이 정립되어 2000년 약 8%에 이르던 OECD국가의 급성심근경색 후 초기사망률이 2009년에는 약 5.4% 정도로 감소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약 6.3% 정도였는데 지금은 더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심근경색에 대한 치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개념이었다. 

이에 반해, 200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예비환자들에 대한 철저한 예방치료와 교육의 강화, 그리고 심장동맥(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한 경우 응급시술을 통해 가능한 빨리 이를 재개통 시키는,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자’와 ‘비록 소를 좀 잃었지만 더 잃기 전에 빨리 외양간을 고친다’라는 개념의 적극적인 예방 및 치료법이 도입되고, 이의 확고한 정착으로 심근경색의 초기 사망률 감소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성심근경색증은 여전히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발병 초기에 아예 심장마비가 발생하여 급사할 수 있고, 설사 심폐소생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이미 시간이 많이 경과한 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심장 펌프기능의 현저한 상실로 인해 심부전으로 진행하거나,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나중에 심장기능은 회복되더라도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쇼크에 이른다
 
그럼, 급성심근경색증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안정 시에는 증상이 없으나 △운동 △신체활동 △식사 직후 등 심장에서 산소가 많이 요구될 때 앞가슴이 조이고 뻐근해지는 현상을 '안정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이는 심장동맥 내에 쌓인 기름찌꺼기 자체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하며, 흉통이 나타나는 상황에 대한 예측이 되며 흉통은 쉬면 대개 5~10분 이내로 없어진다.

그러나, 이런 기름찌꺼기를 덮고 있는 혈관의 얇은 내벽이 '어떤 이유에서든' 터지면, 이로 인해 혈관 안쪽의 혈류에 기름찌꺼기가 노출되고 피떡이 생기면서 급작스럽게 혈관이 좁아지면서 흉통이 발생하는데, 이를 '급성관동맥증후군'이라고 하며 불안정형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증이 여기에 속한다. 

이 때의 흉통은 갑자기 안정 시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피떡의 크기가 커지거나 줄어듦에 따라 흉통의 세기와 심전도 모양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피떡에 의해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심전도에 전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심장혈관의 재개통이 시급히 요구되는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하게 되고, 통상 식은 땀을 동반하는, 참기 어려울 정도의 흉통이 20~30분 이상 지속되며 심장근육의 영구적 손상(괴사)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심장혈관이 피떡으로 막히게 되면 거의 모든 경우에서 심장의 펌프기능이 떨어지며, 일부에서는 심장근육이 전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면서 악성 빈맥성 심실부정맥(맥박이 과도하게 빨라져 오히려 심장의 펌프기능이 상실됨)이 발생하거나 오히려 맥박이 매우 느려질 수 있다.

이는 다시 혈압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면서 뇌와 심장을 비롯한 전신의 혈액순환을 떨어뜨려 순식간에 쇼크 및 돌연사에 이르게 한다.

위의 환자의 경우처럼 병원을 찾을 시간적 여유 없이 흉통의 발생과 동시, 혹은 직후에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때는 발생부터 환자를 발견할 때까지의 경과 시간, 환자 발견 후 신속한 조치, 그리고 병원 후송 후의 적절한 조치 및 치료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이 지체되면서, 특히 저산소성 뇌손상 등의 회복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때로는, 운이 좋게, 흉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상태나 응급 혈관재개통술을 준비하는 동안이나 시술 중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의료진과 장비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전기제세동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고 혈관재개통술도 하게 되어 거의 모든 경우에서 좋은 예후를 보인다.
 
골든타임 ‘6시간’
 
급성심근경색증은 이런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한번 상한 심장근육은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심장 펌프기능의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하고 심부전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혈액순환이 안되어 죽은 부위의 심장근육은 수축기능이 없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내 압력에 의해 근육이 늘어나게 되는데, 심지어 손상 받지 않은 심장근육에까지 영향을 미쳐 심장 전체가 커지고 펌프기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기름찌꺼기를 덮고 있던 심장혈관내벽이 터진 후 만들어지는 피떡에 의해 혈류가 완전히 차단됨으로써 발생하는 급성심근경색증의 치료는 ‘가능한 빨리’ 막힌 심장혈관의 재개통인데, 이는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죽어가는 심장근육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심장혈관이 막히고 4~6시간이 넘어가면 혈액공급이 다시 재개되더라도 죽은 심장근육은 되살아나지 못하며, 따라서 이 시간 이전까지를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이 시간 내에 막힌 심장혈관의 재개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여기에는 피떡을 녹이는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과 직접 막힌 부위를 뚫어주는 방법이 있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범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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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초기증상…운동 이후 가슴 조이고 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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