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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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강신문] 지난 2004년 대전 목달동에서 발견된 ‘학동장군 미이라’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탄소연대측정을 통해 알아본 이 미이라의 주인은 무려 600년 전의 인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미이라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엑스레이, 내시경검사, 치과검사, 병리검사 등 종합적인 분석을 한 결과, 41~44세의 여자로 회를 즐겨먹었고, 폐질환이 사망원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폐질환 치료에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를 검증하는 등 600년 전 우리네 조상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추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한편, 2년 전 유방암을 막기 위해 유방조직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얼마 전 난소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여성으로서 참으로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두 번씩이나 실행에 옮긴 경우다. 왜 그랬을까? 암과 연계된 유전자를 자신이 가지고 있고, 얼마만큼의 확률로 자신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소 연관성이 멀어 보이는 이 두 사건은 모두 ‘인체자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연결된다. 

과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기 위해, 그리고 미래 건강상태에 대한 예측을 위한 연구로서 ‘인체자원 연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체자원’은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환자나 정상인의 혈액, 뇨, DNA 등 인체유래물과 임상·역학정보 등 관련 정보를 말한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지난 2003년 완성되고 관련 분석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인체자원’의 보건의료 연구·산업에서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생명·연구윤리 추세와 연구에 필요한 자원수가 증가됨에 따라 연구자가 직접 인체자원을 수집·확보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보건의료 연구·산업의 경쟁력이 ‘인체자원’이 확보되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바로 바이오뱅크(biobank)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연구에 활용하기 위한 대규모 자국민 인체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뱅크를 구축하고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UK 바이오뱅크(biobank)를 설립해서 자국민 50만 명의 인체자원과 정보를 확보하고, 암과 희귀질환의 극복을 위한 최첨단 유전자 발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미국, 일본, 중국 등도 대규모 인체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바이오뱅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위치에 있을까? 적어도 이 바이오뱅크 분야에 있어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을 시작하여, 질병관리본부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과 전국 17개 병원의 인체유래물은행으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융합형 바이오뱅크 네트워크인 ‘한국인체자원은행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였다. 현재까지 65여만 명의 한국인 인체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보건의료 연구과제에 지원하고 있다. 

한국인 당뇨, 고혈압의 특이 유전자를 발굴하여 보고한 바 있으며, 2013년 한 해 만도 269억 원에 달하는 수입대체비용을 절감효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바이오뱅크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 또한 많다. 바이오뱅크의 인체자원을 활용해서 경쟁력 있는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여기서 수행된 결과가 자원에 연결되어 보다 높은 연구가치를 가지는 자원으로 다시 활용되는 ‘바이오뱅크 자원중심 R&D 선순환’, 바이오뱅크의 자원에 대한 신뢰도를 증명할 수 있는 ‘인체자원은행 인증제도’의 마련, 건강보험, 통계청 정보 등 보건의료 관련 공공정보의 인체자원 연결 등 보다 경쟁력 있는 자원의 확보 등은 우리나라 ‘바이오뱅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원과 정보의 집중에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해킹 등 정보침해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 및 관련 규정의 마련과 집행은 우리나라 바이오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정부와 민간의 철저한 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IT 이후 다음 세대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건의료산업’의 미래가 ‘바이오뱅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
 
김한겸 교수는 오는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국가 바이오뱅크 네트워크와 보건의료 R&D를 주제로 주최한 ‘바이오뱅크와 창조경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의 우수성에 대해 발표한다.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인체자원사업 성과와 우수 사례 공유를 통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국가 R&D 발전을 위한 협력 기구로서 국가 바이오뱅크 네크워크 역할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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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의 뿌리, 바이오뱅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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