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법령 미비로 식약청, 시정명령밖에 내리지 못해

[현대건강신문=채수정 기자]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지난 5월8일 가족7~8명과 함께 소주를 마시다 개봉하지도 않은 소주에서 수천 개의 유리조각을 발견해 식약청에 신고했다.

식약청은 신고 받은 지 10일이 지난 5월 18일 최모씨에게 연락해, 최씨는 식약청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식약청의 방문 및 이물 회수를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식약청 조사에 협조해 정확한 성분 분석 및 인체 유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했다.

식약청의 조사 결과 이물이 검출된 제품은 강원도 강릉공장에서 2006년 8월30일 생산된 ‘처음처럼’으로 가루형태의 유리조각이 검출됐다.

문제는 식품에서 유리조각이 발견될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해 식약청이 회수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식약청은 업체 스스로 알아서 고치라는 시정명령만 내렸을 뿐 회수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다른 위해식품은 이물질이 검출되면 식약청 위해정보사이트에 올리게 돼 있지만 유리조각 소주는 그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주류에서는 주류나 담배꽁초 나와도 ‘시정명령’

또한 조사보고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은 소주에 유리가루가 들어간 이유가 장기간 공병재활용 및 유통으로 유리의 구조가 파괴되면서 유리성분 일부가 내용물에 용출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화학적 반응인 용출이 일어날리 없고, 미개봉 소주병의 내부도 깨어지지 않아 제조공정에서 유리조각들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승용 의원은 “해당 소주의 제조공정은 기계로 공병을 세척하고 다른 기계로 검사한 뒤 3명의 공병검사원이 눈으로 검사하는데 검사원의 실수 가능성은 항상 있다”며 “그럼에도 식약청은 유리조각이 아닌 유리성분이라는 말장난을 하며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주 의원은 문제의 원인이 2010년 6월 식약청이 법률 개정이 아닌 아무 효력도 없는 MOU를 국세청과 체결하며 주류안전 직무를 이관 받았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주 의원은 “만약 식품위생법을 먼저 개정하여 현재 국세청장이 주세법에 따라 면허를 주고 있는 주류 제조업자를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업자로 그 지위를 변경했다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법령 미비로 법 개정 전까지 소주나 맥주에 벌레나 담배꽁초, 칼날이 들어 있다 해도 식약청은 시정명령밖에 내릴 수 없다”고 한탄했다.

참이슬, 카스 등 소주와 맥주는 물론 전통주서도 이물

한편, ‘처음처럼’ 뿐만 아니라 ‘참이슬’, ‘카스’ 등도 이물질 검출로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주류 이물질 발생현황’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이 즐겨 찾는 소주, 맥주를 비롯해 막걸리, 동동주 등 전통주, 스카치 블루 등 위스키, 와인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주류에서 이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주류에 대한 안전관리가 국세청에서 식약청으로 이관된 지난해 6월 이후 금년 6월까지 13개월 동안 총 258건의 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진로이천공장, 롯데주류비지강릉공장, 오비맥주이천공장 등 10개 회사는 이물질 발생으로 시정명령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물질 종류로는 벌레가 89건으로 가장 많았고, 곰팡이 13건, 유리 10건, 금속 7건, 플라스틱 6건, 머리카락 등 기타 133건 순이었다.

이에 최 의원도 “주류안전관리가 국세청에서 식약청으로 이관됐지만 주류회사는 아직 식품위생법상 영업자로 규정되지 않아 법적규제의 사각지대로 존재하는 실정”이라며 “관련 규정을 시급히 개정해서 실효성 있는 사후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개봉도 안한 소주에 유리조각 수천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