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19(화)
 
사진기본크기1.gif▲ 고대안산병원 차상훈 원장은 17일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환자 대부분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하는 등 사고 당시의 큰 충격으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적인 심리상담과 치료 등 집중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고려대안산병원)

 
"기자에게 노출되는 것 회복에 도움 안돼"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2차 외상 최소화 위한 보도 기준 공개
 
[현대건강신문=박현진 기자]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17일 저녁 10시 현재 280여명의 실종자가 발생하고 10여명이 사망했다.
 
세월호에는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가는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이들 상당수가 실종자 상태여서 가족들이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구조된 학생 중 63명은 단원고와 가까운 고려대안산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원희 교수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 충격이 커서 울먹이고 친구 얘기를 하는 학생들이 일부 있었다"며 "나머지는 멍한 상태에서 아직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어하거나, 아직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조 상황부터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까지 이들 청소년들이 기자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치료 이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의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소영 이사는 "지난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이번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은 훨씬 더 심각한 집단 외상에 해당되며 따라서 생존자들의 상당한 정신적인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는 "예상치 못한 사고는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인 충격을 동반한다"며 "유가족들의 심정은 분노와 슬픔이 혼재하고 무력감과 자책, 슬픔과 상실감, 나아가 고립감이나 우울감 등 엄청난 감정의 고통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2차적인 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 몇 가지를 당부했다.
 
△학교는 친구와 학생들을 잃은 슬픔이 가득하지만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현장이어서 그 현장에 들어가서 인터뷰를 하거나 사진으로 담는 것을 지양하고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경우 정보나 언론의 영향을 크게 받아 보도에 있어 아이들의 정서와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생존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급성기 스트레스로 가장 흔한 증상은 사고 관련 기억이 자꾸 떠오르거나 마치 그 일을 다시 겪고 있는 듯 한 느낌, 악몽 등의 수면장애, 깜짝 놀라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생존자로서 죄책감이나 우울감 등의 정서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두문불출하거나 외부와 단절하는 회피적인 행동 변화도 생길 수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정서 반응이 짜증이나 신경질 혹은 반항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정신적 외상은 생존자는 물론 생존자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구조 인력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 17일 사고 해상을 살펴보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간 실종자 가족 중 2명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이들 증상들은 적절한 정서적 지지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 대개 호전되지만, 한 달 이상 장기화되는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행되어 문제가 만성화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세상을 불신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가치관에 혼란이 야기되는 등 인격 발달에도 영향을 받을 우려도 크다.
 
이 이사는 "언론 보도에 있어 아이들의 정서와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부모나 주변에서 해주어야 할 일
 
△애도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아이가 애도 반응을 숨기거나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겪어 나가도록 돕는다.
 
△자신의 슬픔이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애도 과정을 부모와 함께 한다.
 
△아이들이 이차적인 외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사고 관련 소식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또한 소문, 학생들의 모임, 미디어에 노출 등을 지도 감독해야 한다.
 
△학교 내 직접취재는 제한하고 언론 담당자가 보도 자료를 제공하도록 한다.
 
고위험군 학생
 
△외상후 스트레스 반응이 심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가까운 친구나 이성 친구를 잃은 경우
 
△사망한 학생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동일시하는 경우
 
△자신이 주변 친구의 사망과 어떻게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상처받기 쉽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우
 
△과거에도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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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정신과 전문의 "생존자, 언론 노출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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