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현 검사체계로는 경도난청, 주파수별 난청, 귓병 등의 문제 놓쳐 
 
[현대건강신문=여혜숙 기자] 청소년 소음성 난청 유발 및 증가 원인은 다양하지만 심각성을 더욱 키우는 데에는 부실한 학생청력검진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교학생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의존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귀 질환의 경우, 불편한 증상이 처음에는 주변에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별도의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청소년 소음성 난청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2010년 10대 난청유병률은 2.9%로 20대 1.6%, 30대 2.7%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은 10대 환자수는 2006년 306명에서 2010년 394명으로 28%이상 증가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학교학생청력검사 ‘난청발견누락’ 심각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 조사한 2010년 국민건강영양평가사업에 따르면 12~18세 청소년 3.8%에서 25dB이상의 경도난청이 나타났으며, 40dB 이상 중증도 난청도 1.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반적으로 난청 진단 기준은 25dB로, 이는 새소리나 시냇물 소리 정도이다. 하지만 현 학교청력검사 난청 유무의 기준은 40dB로 25dB 이상의 경도난청은 찾아내지 못한다.
 
실제 2010년 초중고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 귀 질환 유병률은 0.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3명 꼴에 이르는 학생 난청을 대다수 놓치는 셈이다. 이마저 난청에 대한 수치가 아니라 난청과 귓병을 포함한 귀 질환 유병률로 청소년 난청 발견 누락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소년 대표 귀 질환인 소음성 난청 역시 학교 검진만으로 파악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청력검사항목부터 환경까지… 총체적 부실
 
현 학교청력검사가 부정확한 이유는 미흡한 검사항목 및 환경 때문이다. 현재 학교청력검사에서 시행되는 대부분의 검사방법은 ‘순음청력검사’다. 이 검사는 다양한 주파수 영역을 검사하는 검사법이지만, 학생청력검사 시에는 단일 주파수(1000Hz)의 소리만을 이용하여 듣는지 못 듣는지를 판단, 난청여부를 확인한다.
 
난청여부와 난청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주파수에 따라 소리의 강도를 조절하여 가장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계를 측정하는 ‘순음청력검사’와 내이 세포 반사 반응 정도나 고막 중이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의 이상을 파악하는 ‘이음향방검사’, ‘임피던스 검사’ 등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청력검사를 시행하는 환경도 오진율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청력검사는 방음시설을 갖춘 부스에서 진행해야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 외부 소음이 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분 내외로 스치듯 끝나는 청력검사로는 난청의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한양대학교의료원 이비인후과 이승환 교수는 “난청의 청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순응청력검사 외에 이음향방검사, 임피던스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현 학생청력검사만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난청 여부를 놓쳐 상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는 숨은 난청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방음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시행되는 청력 검사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지 못해 정밀한 검사가 불가능하므로 검사항목과 환경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도난청, 주파수 난청 놓치는 경우도 다반사
 
25dB이상의 경도난청을 놓치는 것과 더불어 주파수 난청을 놓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학교 검진은 1000Hz 영역대의 검사만 진행하는데, 소음성 난청은 4000Hz 영역대에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이어폰 사용이다. 지하철 객차 내 소음이 평균 80dB인데, 청소년들이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적어도 90~100dB을 유지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90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105dB 이상에서는 하루에 1시간 이상씩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한다. 실제로 85~95dB의 소음강도가 측정되는 지하철 내부나 플랫폼에서 이어폰으로 잘 들릴 정도의 볼륨을 맞춰놓고 소리 강도를 측정하면 이어폰을 통해 들어오는 음악소리크기는 105dB에 이른다.
 
이어폰 사용을 매일 되풀이하면 청력 손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안전한 100dB의 소음 노출 시간은 일주일에 2시간. 하지만 청소년들은 매일 이어폰을 사용할 뿐 아니라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이어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2009년 한국학교보건학회지)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난청을 유발하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주의산만, 특정 발음이 안 들린다면, 청력 재검진 필요
 
학교청력검사 결과 청상청력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특정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비인후과 재검진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주의 산만이나 특정 단어를 못 듣는 경우, 소리가 웅웅거려 옆에서 이야기를 해도 특정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이다.
 
이는 학교청력검사 결과가 오진된 경우일 수 있기 때문에 소음성난청 예방과 함께 현재 귀 상태가 정상인지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아야 한다. 평소 이어폰 착용을 하거나 중이염 및 귓병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귀 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이미 발생한 난청을 놓쳤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검사를 통해 난청 정도를 체크하고 개선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청력이 손상된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잘 들리지 않아 계속 이어폰 음량을 높이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는 청력손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전문적인 귀 검진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어폰 사용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하루 한 시간 이상 이어폰 사용은 피해야 하며, 한 시간 정도 사용했다면 15~20분 가량 조용하게 귀를 휴식시켜주어야 한다. 또 볼륨 조절이 중요한데, 전체 볼륨의 약 60%이하로 사용해야 하며,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거나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높이지 말아야 한다.
 
이비인후과 황찬호 전문의는 “학교청력검진만으로는 소음성 난청이나 청소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귀 문제를 놓칠 수 있으므로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귀에서 웅웅소리가 나면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발음이 잘 안 들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학생청력검진의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청소년 소음성 난청, 학교 검진만으로 확인 안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